일기

가을선물

다림영 2008. 8. 1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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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근처에 사는 친구가 달려나왔다. 반바지만 입고 깨끗한 얼굴이었다.

무엇을 내미는데 보니 옥수수 삶은 것이다.

따뜻하다.

친구의 마음이 녹아 있다.

고마웠다.

남편이 얼굴을 내미니 얼른 도망을 간다.

 

 

러시아노동자

 

그들이 또 서너명 몰려왔다.

이것 저것 죄다 물어본다.

그리고 러시아 말로 저희끼리 나를 흘긋보며 이야기한다.

욕을 해도 알수 없고 나쁜 말을 한다 해도 알수가 없다.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닌듯 하다.

표정까지 좀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는 어디서 샀는지 목걸이를 풀더니 가격을 물어본다.

그리고는 눈이 동그래진다.

날마다 달라지는 가격이라 얘기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쯤 그들이 내게 물건을 사갈까 점을 쳐 본다.

재밌는 사람들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가게에 손님이 갑자기 들어찼다.

그런데 그녀는 내 쇼케이스 위에 강아지를 턱 내려 놓고 안을 생각을 않는다.

나는 주인으로서 한마디 해야 하는데 아무말을 하지 못했다.

가끔 들리시는 지긋하신 손님 몸을 움츠리시며 경계하신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가 되어서도 도무지 예의라고는 찾아볼수 없다.

손님에게 미안했지만 기분 상할까 강아지데리고 온 여자에게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 잘못한 것이리라.

 

 

남자가 사라졌다.

 

가끔 남자 손님들이 오면 몸을 움츠리고 나는 경계한다.

벨을 몇번 확인하고 전화수화기도 한번 노려보거나 한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지켜주겠다던..물건을 지켜주겠다던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컴컴한 밤에 나는 혼자  바짝 긴장한다.

그때 동생이 왔다. 종일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을 그애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잠시 앉았다 가라고 했다.

무서운 인상을 지닌 남자 손님들이 가고 동생을 들여 보냈다.

 

모든 일은 그렇게 마음을 놓고 있을 때 생길지도 모르는데

그런것을 알고 있을 사람이 언제나 그런 행동을 한다.

버스가 지나간다.

동네는 점점 비어가고 있다.

가게들이 헐리고 있는 것이다.

앞가게들이 불을 죄다 끄고 들어갔다.

나는 샛눈을 뜨고 가게를 지킨다.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밤은 깊어가고 나를 지켜줄 남자는 사라졌다.

 

 

 

음악 속에서

 

종일 같은 음악을 듣는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다.

언제나 마음에 들어오는 음악이 있으면 줄창 며칠이고 기대어 있는다.

오늘도 종일 한곳에 머물고 있다.

 

가을선물

 

조용한 날이다.

아무에게서도 전화가 없다.

친구에게 가을 선물로 '틈'을 사서 보내야 겠다.

무어라 적어 보낼까 고민해야 하겠다.

그애가 나를 이해할까 모르겠다.

 

 

어느새 문닫을 시간이다. 그래도 나타나지 않는 남자. 서둘러야 겠다.

배는 왜 고픈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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