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나 맛있는 거 사주라'

다림영 2008. 8. 1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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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기온 조금 낮아짐. 하루종일 맑은 하늘.손님 거의 없었음.

 

 

'나 맛있는거 사주라'..

또 그런 전화가 왔다.

도대체 알수가 없는 사람이다.

언제나 그렇게 먹는 타령을 하고는 한다.

나는 오늘 저녁 옥수수 한개와 복숭아 하나 계란삶은 것 한개 그리고 야채 된장에 찍어 먹고

검은콩 몇개. 마늘 몇개 ..그것이 전부였다.

늘 그런식으로 먹는 터라  무엇을 먹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별반 없다.

건강을 지켜야 하므로 언제나 조금씩 조금씩 이것 저것 먹는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고 가져오질 않아서

포장마차에서 찐 옥수수 하나를 샀다. 포만감이 들것이므로..

점심에는 도시락을 먹었다.

역시 생선 조금, 밥 반공기도 안되게. 야채. 그리고 사과 반쪽 ,마늘.콩... ...

늘 나는 이렇게 먹는다. 이젠 오래되어서 그 하나하나의 밋밋한 맛을 즐기며 천천히 먹는다.

 

 

그러나 나의 동반자는 때마다 먹는얘기를 하고 맛있는 것이 먹고 싶다고 하고

또 많이 먹는다.

아마도 나처럼 먹어야 한다고 하고 식단을 그런식으로 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오늘도 또 무엇이 궁금한것인지 전화가 급하게 날아온 것이다.

그리고는 '집에 가보아야 된장찌개밖에 더 있어' 라고 한다.

 

아니 된장찌개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런 말을 하는지 도무지 그를 이해 할수 없다.

보글보글 멸치 다싯물에 감자 호박 양파 고추 등을 넣고 끓여내면 얼마나 맛있는데 말이다.

 

쉰이 넘고서도 이렇게 철이 들지 못했다.

아이들보다 더한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더니 큰일이다.

점점 더 그러면 어쩔까 싶기만 하다.

 

먹는 것에 미련을 놓지 못하던 시아버님은 병을 얻으셨다.

모두가 많이 먹고 잘 먹어서 생긴 것이리라.

건강하고 곱게 늙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것을 보고서도 판단이 서지 않는 남편이다.

도무지 절제란 것이 없다.

 

하지만 그의 축 처진 어깨를 위해 나는 먹고 싶다는 것을 사주곤 한다.

그저 곁에서 그가 맛나게 먹는 것만을 지켜본다.

남편이 아니고 가장이 아니고 마치 내 아들같기만 하다.

아주 철없고 어린 .....

한숨이 나온다.

 

지금의 모든 생활이 미래가 될 터인데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잠시 머무는 그 입맛에 욕심을 부리는

그를 보니  그의 미래가 불을 보듯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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