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소나기

다림영 2008. 8. 9. 18:16
728x90
반응형

소나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젊은아이 둘이 비를 맞으며 춤추듯 걷는다

흰옷은 다 젖었고 웃음띈 얼굴은 싱그럽기만 하다

문득 그들을 따라가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비는 몸을 수없이 관통하고

내 어깨죽지위에선

파란 이파리 한무더기  돋아날것만  같다.

 

 

새옹지마

 

그들의 무거운 얘기를 들었다

이십만원이 필요하단다

얼마전 내게 반지를 사갔던 이들이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다

모습은 훤칠하나 말하는 군데군데 허영의 냄새가 묻어 있었다

들뜬 얼굴로 가게문을 나선것이 한달이나 되었을까

불현듯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나타나 내게 돈을 요구한다

아득하였지만 가난한 사람들이란것을 알기에 응했다

그리고 그들이 찾아가리라는 것을 나는 믿지 않는다

이미 그들은 성실한 모습을 상실하였다

다만 그때 얼마간 이득을 보았으므로

지금 손해를 보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리라

인생은 언제나 그런것이다.

 

 

나이가 들면

 

같은반 친구였다

무지하게 예뻤던 친구였다

세월은 흘렀지만 미모는 여전했다

정확히 우린 삼십년만에 만났다

 

이쁘다 이쁘다를 연발하는 내게

그녀가 가고 친정엄마는 조용히 말을 꺼낸다

'그 친구 얼굴은 예뻐도 예쁜얼굴이 아니다'

근심있는 얼굴이라고 했다.

같이 온친구가 그녀 얘길 하는데

한숨이 나왔다

그러면서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닌

가까운 내친구를 보며 엄마는 예쁘다 멋있다를 연발한다

나이가 들면서 예쁜 얼굴은 내친구 같이 환한 얼굴인 것이다.

 

 

아직도 휴가중

 

손님들이 발길을 뚝 끊었다

휴가를 또 떠났을 것이라고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하니 남편은 서울서 내려오는데 차가 줄을 이어 있단다

옆집도 앞집도 주인들만 가게 문이 닳도록 드나든다

땀흘리며 서울 다녀온 남편에게 맛난 것을 사주려 하니

돈생각 난다

그냥 보글보글 된장찌게 끓여서 소주한잔 하면 안되는 것인지

그에게서도 아직 그 허영의 찌꺼기가 곳곳에 남아 있다.

 

 

비가 그쳤다.오늘저녁엔 근사한 노을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저녁 6시가 넘어가고 있다

'인생은 空이다'라고 나는 자꾸자꾸 혼자 얘기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반응형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적  (0) 2008.08.12
감사합니다  (0) 2008.08.11
말복  (0) 2008.08.08
맥주집에 손님이 없다.  (0) 2008.08.07
실수의 연발  (0) 200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