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말복

다림영 2008. 8. 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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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더위

 

어제는 입추였고 오늘은 말복이다.

말복 더위가 그야말로 굉장하다.

어제하고는 사뭇 다른 더위로 거리에는 사람이 드물다.

가끔 지나는 이들의 얼굴은 이마엔 주름이 드리워져 있고 온통 붉은 색이다.

가장 더운 이 시간 어디를 그리 바삐 가실까

 

에어컨을 켰다 껐다를 반복한다.

에어컨을 켠채 문을 닫아놓으면 눈이 맵다.

혼자 그냥 있다면 에어컨 없이도 되련만

손님이 어느때 오실지 몰라 켜두면 기어이 혼자 있게되고

또 혼자 있다고 꺼두면 불현듯 붉은 얼굴로 들리는 손님이다.

 

그러나 오늘은 일 없이 참 조용하기만하다.

말복더위 잊으려 뜨거운 것 찾아 모두들 길 을 나섰나 보다.

나는 그런것에 구분을 두지 않고 늘 먹는대로 간편한 점심을 하고 책장을 넘길뿐이다.

 

 

다 읽어가는 다산 정약용

 

다산정약용을 다 읽어간다. 몇며칠 읽는 지 모르겠다.

보통책의 세배도 넘는 분량인 것 같다.

그의 이십분의 일만 닮아도 나는각별한 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다 읽어가지만 이것을 어찌 정리하나 싶기만하다.

아마 그저 읽고 늘 곁에 두고 뒤적여야 할 것이다.

밑줄 그어야 할 얘기 뿐이다.

사람이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빈곳이 있기 마련인데

그는 팔방으로 미인인 사람이다.

 

 

기상 5시 30분

 

보통 나는 6시에 기상을 하고 한시간 책을 읽고 아침을 연다.

아이들 방학이라 시간이 그렇게 주어지는 것인데

오늘부터는 삼십분 앞당기기로 하였다.

다른때 같으면 뒤척이며 십분만 십분만 하였을터인데

이불을 차고 거침없이 일어났다.

요즘은 내가 꼭 고삼수험생 같기만 하다.

나는 왜 이러는 것인가

...

어느날 부터 나는 알수 없는 체면이 걸린 듯하다.

 

다만 이른아침 독서는 최상의 그 무엇이다.

나의 영혼은 기막힌 환희로 가득차 오른다.

 

이름을 고치고 마음을 다잡으니 스스로 주도하는 삶이 되고 있다.

신기하기만 하다.

 

 

 

쓴 커피

 

머리가 약간 무겁고 눈이 조금 거북하다.

아마 이른 기상시간 때문인것 같다.

그러나 쓴커피 한잔이 졸음을 부숴뜨렸다.

 

커피는 그렇게 마셔야 한다.

그래야 뒷맛이 개운하고 향기롭다.

단커피를 먹으면 그 뒤가 텁텁하고 반드시 물을 마시게 된다.

 

사람도 달게 사귀면 그 뒤가 개운하지 않을 것이다.

씁쓸한 공간을 두어야 한다.

그 거리는 쓴커피의 향이 오고 가야 한다.

새벽이슬같은 행간이다.

슬픔속의 기쁨.

건네고 싶은 말, 그러나 말하지 않는 용기가 거리를 지켜줄 것이다.

그것들은 가슴을 송두리째 묶고 발효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세월은 물처럼 흐르고

흰머리칼은 바람에 흩날리고 주름진 이마엔 아름다움이 깃들 것이다.

호수위에 앉아 정다운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으리라

사소한 이야기속에  하얗게 흩어지는 것들이 있다.

날아오르는 것들이 낱낱이 보이지만  보기만 한다.

 

풍경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우정이 깊어가는 소리다.

맑다.

가을하늘 처럼.

 

곧 9월이 올것이다.

패티김의 '9월이 오는 소리 ~ ' 이렇게 시작하는

'9월의 노래'가 듣고 싶어진다.

 

 

 

어느새 오후 3시가 되어간다.

일기를 미리 쓰는 이유는 어느때에 친구가 방문할지 모르고

또 얼마나 얘기가 길어질 지 모르고

이러한 생각들이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졸음이 몰려오는 시간 쓴커피 한잔으로 그것을 부숴뜨리며

이렇게 적어두는 것이다.

어제와 같은 아주 굉장한 팝송을 들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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