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천년학/이청준

다림영 2008. 8. 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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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영화 '서편제'를 볼때 나는 작가가 누구인가는 생각지 않고

다만 아름다운 영상과 소리에 귀를 열었을 뿐이었다.

국악을 배우는 친구가 있어 가까이 느낄 수 있었고 나도 여유가 있다면

기회가 닿는다면 발을 문득 들여 놓으리라 하였다.

 

요즘 친정엄마가 또 하나의 배움의 길로 들어섰다.

장구는 오래전에도 하시던 거였다.

저녁시간 나와 함께 하면서 붓을 잠깐씩 놓고 '덩더쿵,덩더쿵 ' 하며 장단을 맞추곤 한다.

이만큼 떨어져 나는 칠순의 엄마를 한없이 부러워 하며 바라본다.

그리고 나의 노년을 꿈꾸어 본다.

 

 

신문에 실린 작가의 얘기를  읽고 문득 눈에 들어온 그의 책을 뽑아들었다.

뜨거운 8월이 깊어가지만 멀리 떠나는 일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아이둘과 함께한 가까운 계곡에서 물에 발을 담그고 책장을 넘겼다.

 

 

영화배우 '오정혜'가 바람 같은 몸짓을 하며 누런 들길 을 걸으며 아비와 소리를 나누는 영상이 보이는 듯하다.

자식을 각별한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잠든사이 눈에 약물을 붓는 아버지.

가슴에 한이 맺혀야 진정한 소리가 나온다해도 그런 아버지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글속에서 영화속에서나 있음직한 얘기이리라.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위해 가슴에 날을 새우던 남자는 의붓아버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의 열정을 피해  달아날수 밖에 없었다.

 

누이와 조우를 할 수 있었음은 얼마나 각별한 기쁨일까.

그들은 아비가 다른 형제이다.

그러나 이성의 애정이 그늘져 있다.

오누이는 단박에 서로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러한 감회는 나누지 않고

다만 소리에 젖었고

그는 다시 누이로 부터 등을 돌리고 길을 떠난다.

 

세월은 산천을 변화 시키며 유유히 또 흘러간다.

다시는 찾을 수 없는 누이, 가슴을 훑고 내려가는 그리운 소리..

그러나 찾으려 하지 말라는 누이였다.

 

그녀의 자취를 따라 끊임없이 들려오는 한의 소리와 학의 날개짓...

누이는 그의 영혼속에 살아있음이다.

지평선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표표한 모습은 한줄기 바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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