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올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 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인간세상을 만든 것은 신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역시 보통 사람이고 이웃끼리 오고가는
단지 그런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만든 인간세상이 살기 어렵다고 해도 옮겨 갈 나라는 없다. 있다고 한다면 사람답지 못한
나라로 갈 수밖에 없다. 사람답지 못한 나라는 인간 세상보다 더 살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너무 근사하기만 하다.
이 귀절을 몇번 씩 읽어본다.
난 이글의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신청했다.
산문인줄 알았다.
그의 시선따라 움직이며 풍경이 그려졌다.
그는 화가이다.
도무지 여자의 배경만 그림이 되어지고 여자는 그릴 수 없었다.
얘기의 종결부 이별속에서 화가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발랄한 여자의 애련함을 발견하며
한편의 그림을 그릴 수 있으리라 한다.
참 조용한 글이다.
한폭의 수채화 같은 그런 글이다.
그의 '마음'을 다시 들추어 보고 싶다.
풀베개'는 '풀로써 베개를 삼는다' 는 뜻이란다. 여행을 상징한다고 받아들이면 된단다.
..
"세상은 집요하고, 혹독하고, 자질구레하고, 게다가 뻔뻔스럽고, 싫은 놈들로 꽉 차있다. 애초에 무엇 때문에 세상에 얼굴을
내놓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녀석도 있다. 더욱이 그런 얼굴일 수록 커다란 얼굴을 하고 제멋대로 설치는 것이다. 속세의 바람
을 맞는 면적이 많은 것이 무슨 명예인 것처럼 알고 있다. "
..
"봄에는 졸음이 몰려온다. 고양이는 쥐잡는 것을 잊고, 인간은 돈빌린 것이 있다는 것을 잊는다. 때로는 자기 혼이 있는 것조
차 잊어버리고 어리둥절해 한다. 다만 유채꽃을 멀리 바라다보았을 때는 눈이 번쩍 뜨인다. 종달새 소리를 들었을 때는 혼이
이 확연해 진다. 종달새는 입으로 우는 것이 아니라 혼 전체가 운다. 혼의 활동이 소리로 나타난 것중에서 그렇게 까지 활기
에 찬 것은 없다."
..
"기쁨이 깊을 때 우수 또한 깊고, 즐거움이 클수록 괴로움도 크다. 이것을 따로 분리하고자 하면 처신을 할 수 없다. 정리하려
고 하면 세상살이가 되지 않는다. 돈은 소중하다. 소중한 것이 많으면 잠자는 동안에도 걱정이 될 것이다. 사랑은 기쁘다.
기쁜 사랑이 쌓이면, 사랑하지 않던 옛날이 오히려 그리워 질 것이다. 각료의 어깨는 수백만명의 다리를 지탱하고 있다.
등에는 무거운 천하가 업혀 있다. 맛있는 음식도 먹지 �으면 아쉽다. 조금먹으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마음껏 먹으면 나중에
불쾌해진다....
생각이 여기까지 표류해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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