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풍경

일 속에서

다림영 2008. 7.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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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에도 몇차례 이렇게 시계 건진지를 갈아주고는 한다.
가끔 열리지 않는 시계뚜껑은 망치로 힘껏 쳐서 열기도 한다. 
오늘은 날이 매우 흐렸고 소낙비도 몇차례 쏟아졌다. 
얼큰 한 것들이 그립기만 했다. 
짬뽕을 먹을까 하다가 도리질을 하고 컵라면에 물을 부어놓은 상태였다.
그런것을 절대 먹지 않는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왜그렇게 간절히 
짬뽕국물이 생각나던 어제와 또 오늘이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큰한 국물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며 기다리던중 키가 크고 
귀가 잘 안들리는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낡은 가방에서 시계 몇개를 꺼내어 놓으시더니 그중 아무거나 살릴 수 있는 것이 
있는지를 알고자 하셨다.
하나 하나 열때마다 오래되어서 녹이 슬었는지 제대로 열리는 것은 없었고 
한결같이 건전지를 넣어도 가지 않는 것이다.
저분을 꽂아놓은 컵라면에 수시로 눈길이 갔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몇번씩 큰소리로 얘기를 해야 알아듣는 할아버지...
열심히 설명하며 아무것도 쓸것이 없다하니 모두 내게 버리고 가셨다. 
그가  간 후 컵라면 뚜껑을 열어보니  입맛 다시던 그 국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면발은 눈을 뜨고 볼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버릴 수 없어 다시 뜨거운 물을 붓고 막 뜨기 시작하는데 막역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복날엔 맛난 것을 먹었는지, 자연공기는 쐬러 다녀왔는지, 날 더운데 돈도 돈이지만
맛난 것도 먹고 머리도 식힐겸 좋은 곳도 다녀와야 된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내게 전하는 것이다. 수화기를 놓을 생각을 않는 것이다.
'아 이것은 사발면이란 것은 몸에 좋지 않은 것이니 먹지 말라는 일이 아닌가!'
오늘 처음 알았다. 그의 노래가 헷세의 詩 였다는 것을.. 
나의 18번 이기도 한.. 
아름다운  사람
詩 : 헤르만 헤세      노래:서유석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얼싸안고 기어이 부숴버리는
내일이면 벌써 그를 준 사람조차 
잊어버리는 아이처럼
오!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당신은 내가 드린 내마음을 고운 장난감처럼
조그만 손으로 장난하고
내마음이 고민에 잠겨있는
돌보지않는 나의 여인아
나의 사람아
오!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돌보지않는 나의 여인아
나의 사람아
오!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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