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풍경

도덕

다림영 2008. 7. 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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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는 이런 징검다리가 있다.

흰새도 자주 놀러와 가끔 이렇게 명상을 한다.

오늘은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그는 비를 맞고 징검다리에 서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들은 돌아서 가는 길을 두고 징검다리를 밟으며 학교에 간다.

바지를 둥둥 걷고 신발을 들고 혹은 다 적시고 .

비가 많이 오는 탓에 오늘은 징검다리가  냇물에 푹 잠겼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길을 택했다.

젖는 것은  다 두고 각별한 감흥으로 건넜을 것이다. 

 

세월은 끊임없이 냇물처럼 흘러갈 것이다.

소년들은 청년이되고  어른이 되고 고된 시절이 찾아 올지도 모른다.

삶의 전쟁터에서 상처를 받으며 아픔을 겪게 되기도 할 것이다.

 

고향은 안온한 평화의 휴식지이다.

그러나 도시를 고향으로 둔 사람은 가끔 슬픈것이다.

도시와 고향은 전혀 어울리지 않으므로.

도시와 고향은 양복웃도리에 바지저고리를 입은모양이다.

 

어른이 된 이 아이들은 문득 어린 시절의 이 징검다리가 눈물나게 그리워 질 것이다.

문득 세상의 아픔을 두고 불현듯 찾아온 도시의 고향에서

분명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받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징검다리가 생기고 늘 市에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건조하고 삭막하기만 한 소년들의  일상에 아름다운 정서를 심어주게 하였으니.

 

 

그런데 이것이 무슨일일까?

나는 쿵쾅 거리는 가슴을 안고 달려가 보았다.

어디서 흘러나오는거지?

도대체 이것이 무언거야?

...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려서 다만 운동은 두고 길을 따라 어떠한 평안으로 걷고 싶었다.

비를 맞으며 마냥 젖어 걷고 싶었지만 사람들의 눈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나는

우산을 들고 냇물을 따라 걷고 있었다.

어려운 시절이다.

매일아침 나는 이곳에서 기를 받고 혼란한 세상으로 나아간다.

이곳은 나를 지켜주고 나를 이끌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것이다.

맑은 물과 흰새와 아이들이 건너는 모습만으로도 나의 상처들은 치유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몰염치하고 기가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불현듯 만나게 된 것이다.

저쪽 앞에서 누군가 열심히 전화를 하고 있었다.

직감으로 어딘가에 이 사실을 알리고 있는듯 보였다.

나또한  市에라도 고발할 요량으로 사진 몇장 찍으며 핸드폰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저 물밑 생명들의 기막힌 난리가 보이는 듯했다.

가슴이 저려왔다.

 

어디선가 경찰차가 날아왔다.

모두 무관심한듯 했으나 냇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너댓명의 인원이 흰거품이 나오는 곳에 서서 열심히 전화를 하고 고심을 하였다.

 

나의 막내가 방학이면 물놀이 하는곳

참게들이 가끔 모습을 보여주고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춤을 추는곳

흰새들이 몰려와 비상을 하고  명상을 하는 곳

소년들의 아침을  기운차게 열어주는 곳

그곳이 오늘 이 아픔을 겪고 있었다.

 

그들이 서둘러 오고 마음은 조금은  가라앉았다.

얼마동안 그 흰거품들은 쏟아져 내려왔던 것일까

반드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초록 불이 켜졌다.

건너야 할 때를 알고 건너는 작고 보잘것 없는 도덕.

그러나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때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문득 영화 '괴물'이 생각났다.

그영화가 만들어진 배경은 아주 오래전 한 소년이 신문에 난 사실을 모태로 허구화 해 낸 것이다.

도덕을 잊고 저지른 행태들은 부메랑이되어 반드시 인간에게 돌아 올것이다.

 

 

 

다리 기둥의 난간에서 물이 떨어져 샘처럼 고이고 있다.

 

한방울의 낙숫물이 땅을 패이게 한다.

 

때늦은 삶의 정진.

낙숫물을 들여다 보며 심지하나 마음밭에 세운다.

 

 

자연에 순응하며 몸을 휘게 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들이 있다.

한낮 풀에게서 각별한 것을 배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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