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책추천]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능행

다림영 2008. 7. 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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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는다고? 누구맘대로... 난, 절대 못죽는다. 누가 나보고 죽는대. 응? 그놈 데리고 와!"

그러다가 보살님은 자기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피가 가득 담긴 대야를 엎어버렸다. 그 바람에 온 병실은 물론이고

남편 그리고 나까지 피를 덮어써야 했다.  내가 들어오자 의사가 따라 들어왔다.  보살님은 의사를 보더니 눈을 부릅

뜨고  또 말했다.

"뭐라고요. 내가 죽는다고요?"
..

"세상에, 내가 어떻게 그말을 믿어요. 위염이라고 해놓고...,

저는 못죽어요. 절대로.....아니, 그것도 내가 겨우 두 시간밖에 살수 없다고...

스님, 제발 날 좀 살려주세요. 이렇게 죽을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남편에게 왜 환자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았냐고 했더니, 아내가 말기 암인 줄 알면 지레 겁먹고 먼저 죽을까

두려워 말 할 수가 없다고 했다. "

..

 

 

 

능행스님은 매일마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며 그들을 부처님 앞으로 인도한다.

책속에 나온 글을 잠깐 옮겨 보았지만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 눈물몇방울 떨구었다.

죽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어떤 것일까?

나는 그때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녀처럼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부정하며 세상을 욕할까?

남의 일이 아닌 내일.. 내게도 죽음이 온다는 그 사실 ..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새기고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몇년전 돌아가신 시외할머니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다.

그분은 팔순의 나이에도 캄캄시골에서 혼자 사셨다.

그런데 어느날 불쑥 아들에게로 오신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어머니의 남동생, 형제는 달랑 어머니와 동생 한분이셨고

큰손주가 우리나이또래였고 따로 살림을 내고 있었다.

할머니는 손주와 함께 하셨다.

한평생 단아하고 온갖것 다 받아 삭히신 분이셨다.

손주 며느리와는 사이가 참 좋았다.

돌아가시기 전날밤 손주며느리에게 목욕을 시켜달라 하였고 이것저것 가지고 계신 모든것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밤 사이 가신것이다.

할머니는 그 죽음의 부름을 알고 계신듯 했다.

 

친척들은 저마다 할머니가 너무나 잘 사셨기 때문에 그 복을 받은 것이라 하였다.

특별한 아픔없이 어느날 불현듯 느낌이 있어 올라와 그렇게 가시다니....

그런 죽음이 찾아온다면 더이상 바랄것이 어디 있을까.

 

세상은 온통 오염으로 가득차있고 우리는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병에 시달리다가 저마다 생을 마치게 될 것이다.

마치 죽음이 남의 일인양 생각하고 오늘도 욕심으로  몸과 마음을 더럽히며 살아가고 있다.

생을 아름답게 마감하기위해 건강지키는 일에 애를 쓰고  매일마다 마음을 깨끗이 쓸어내고

덕을 쌓는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의 친구중에 목사님 한분 있다.

그는 가난한 교회를 운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스피스봉사활동을 하며 장애를 입은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잔잔한 미소로 세상을 일탈한 그의 모습을 보는 나는 감동스럽기만 하다.

언제쯤 나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작은 것으로 행복해 하고

없는이를 위해 아픈이를 위해 시간을 낼 수 있을 것인가. 

고통속에 생을 마감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평화스런 죽음으로 인도하는 능행스님과 모든 호스피스봉사자들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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