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수필 4

손 /계용묵

.. .. 종이에 손을 베었다. 보던 책을 접어서 책꽂이 위에 던진다는 게 책꽂이 뒤로 넘어가는 것 같아, 넘어가기 전에 그것을 붙잡으려고 저도 모르게 냅다 나가는 손이, 그만 책꽂이 위에 널려져 있던 원고지 조각의 가장 자리에 힘껏 부딪쳐 스치었던 모양이다. 섬뜩하기에 보니 장손 가락의 둘째 마디 위에 새빨간 피가 비죽이 스며 나온다. 알알하고 아프다. 마음과 같이 아프다.차라리 칼에 베었던들 그리고 상처가 좀더 크게 났던들, 마음조차야 이렇게 피를 보는 듯이 아프지는않을 것이다. 나는 칼 장난을 좋아해서 가끔 손을 벤다. 내가 살아오는 사십년 가까운 동안 칼로 손을 베어보기 무릇 기백 회는 넘었으리라 짐작하낟. 그러나 그때 그때마다 그 상처의 아픔을 느겼을 뿐 마음의 동요를 받아본적은 없다. 그러던 ..

인간은 하나의 동사이다 ㅣ매일경제 ㅣ장은수의 책과 미래

.. .. "인간이라는 것은 하나의 동사이다."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이비 펴냄)에서 팀 잉골드 영국 애버딘대 교수는 말한다. 그는 인간의 모든 활동의 선 (線..lines)을 따라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고립된 개체에 갇힌 살덩이로만 살지 않고, 인간으 선을 뻗어서 다른 존재에서 나온 선들과 매듭 지으면서 관계의 그물망을 이루어 살아간다. 얽히고 설킨 매듭, 긑없이 엮이고 풀리는 네트워크야말로 우리삶의 진짜 모습이다. 인간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그 인간이 이룩한 인연의 매듭들을 살피면 된다. 인연엔 인간뿐아니라 날씨나 지형 같은 자연현상, 동식물 같은 생명체, 물건이나 조직등도 포함된다. 봄날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눈이나 얼음과 이어진 선들은 풀리고, 피어나는 봄꽃들과 매듭이 생긴다. 색깔, 향..

김세환수필 ㅣ오늘의 좋은글 ㅣ따뜻한 이야기 ㅣ공감글

... .. .. .. . .. .. 그는 가수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따뜻한 목소리가 좋다. 그와 함께 노래를 하는 사람들을 좋아했고 그가 부른 팝송을 요즘에도 가끔 듣고는 한다. 그가 따뜻한 모습의 얼굴인 것은 작은실패들이 그를 성장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수필을 만나고 예전 글씨기에 몰입하던 나를 생각하며 수필은 이렇게 써야 함을.. 잔잔한 감동과 함께.. .. ..

손 ㅣ 계용묵 ㅣ수필 ㅣ좋은글

.. .. .. 종이에 손을 베었다. 보던 책을 접어서 책꽃이위에 던진다는 게 책꽂이 뒤로 넘어가는 것 같아, 넘어가기에 그것을 붙잡으려고 저도 모르게 냅다 나가는 손이, 그만 책꽃이 위에 널려져 있던 원고지 조각의 가장 자리에 힘껏 부딪쳐 스치었던 모양이다. 섬뜩하기에 보니 장손가락의 둘째 마디 위에 새빨간 피가 비죽이 스며 나온다. 알알하고 아프다. 마음과 같이 아프다. 차라리 칼에 베었던들 그리고 상처가 좀더 크게 났던 들, 마음조차야 이렇게 피를 보는 듯이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칼 장난을 좋아해서 가끔 손을 벤다. 내가 살아오는 사십년 가까운 동안 칼로 손을 베어 보기 무릇 기백회는 넘엇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그때 그때마다 그 상처의 아픔을 느꼈을 뿐 마음의 동요를 받아본적은 없다. 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