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갈수록 더욱 빨리 갈 수 있으며,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더욱 천천히 갈 뿐이라는 것은 하얀색 구역의 비밀이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 한다. 낯선 도시와 친해지는 최상의 방법은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걷기는 언제나 부재하는 이들에 대한 오랜 기도이고, 유령들과의 부단한 대화이다. 보폭과 방향이 제각기인 걸음들로 무수한 길을 낸다면, 한 번도 밟지 않은 눈을 걸어가는 일도 특별한 용기가 필요 없을 것 같다. 삶도 그러하다. 쉬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은 자해다. 스스로를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가야 한다. 여행자는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사람이죠. 잘못 본 지도, 놓쳐버린 버스, 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