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손을 베였다. 보던 책을 접어서 책꽃이 위에 던진다는 게 책꽂이 뒤로 넘어가는 것 같아, 넘어가기 전에 그것을 붙잡으려 저도 모르게 냅다 나가는 손이 그만 책꽂이 위에 널려져 있던 원고지 조각의 가장자리에 힘껏 부딪쳐 스쳤던 모양이다. 산듯하기에 보니 장손가락의 둘재 마디 위에 새빨간 피가 비죽이 스며 나온다. 알알하고 아프다. 마음과 같이 아프다. 차라리 칼에 베었던들, 그리고 상처가 좀더 크게 났던들, 마음조차야 이렇게 피를 보는 듯이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칼 장난을 좋아해서 가끔 손을 벤다. 내가 살앙는 사십 년 가까운 동안 칼로 손을 베여 보기 무릇 기백 회는 넘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그때그때마다 그 상처에의 아픔을 느꼈을 뿐 마음에 동요를 받아 본 적은 없다. 그렇던 것이 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