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릴 듣길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기 위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기 위.. 애송 詩 2013.06.08
[스크랩] 죽 쑤기/이생진 -죽 쑤기/이생진- 죽 쑤기가 쉽다는데 내겐 어렵다 쌀을 씻어서 물을 밥이 실패할 만큼 많이 아주 많이 고의적으로 밥은 실패하고 죽은 성공하도록 그렇게 물을 많이 넣고 끓였는데도 죽이 안 된다 이상하다 밥이 실패해서 죽이 되도록 물을 더 붓고 또 끓엿다 그런데 밥은 실패하지 않고 .. 애송 詩 2013.05.16
[스크랩] 흰 구름의 마음/이생진 -흰 구름의 마음/이생진- 사람은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땅에서 살다가 땅에서 가고 구름은 아무리 낮은 구름이라도 하늘에서 살다 하늘에서 간다 그래서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구름은 작은 몸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갈 때에도 큰몸이 되어 산을 덮었을 때에도 산을 해.. 애송 詩 2013.05.16
사청사우 乍晴乍雨/김시습 언뜻 개었다가 다시 비가 오고 비 오다가 다시 개이니 하늘의 도 또한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 인정이랴 나를 기리다가 문득 돌이켜 나를 헐뜯고 공명을 피하더니 도리어 스스로 공명을 구함이라. 꽃이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다스릴고 구름 가고 구름 오되, 산은 다투지 않음이라. 세.. 애송 詩 2013.05.02
[스크랩] 강경호의 `건망증` 감상 / 박현수 -건망증/강경호- 바람이 불자 상수리나무가 아나 먹어라 툭, 상수리 몇 개를 떨어뜨리자 다람쥐 한 마리 한참 동안 맛있게 식사하고 몇 개를 입에 물고 언덕 위로 올라가더니 나뭇잎 속에 재빨리 숨긴다 눈이 내린 날 먹을 것이 궁한 다람쥐 언덕 위 눈발을 뒤지다 그만둔다 저토록 앙증맞.. 애송 詩 2013.04.18
[스크랩] 송유미의 `가지치기` 감상 / 서대선 -가지치기/송유미- 호수에 피는 옥잠화 너무 곱다 곱기 위해 어떤 가지를 쳤기에 저렇게 고울까 산다는 일 머리 깎고 손톱 깎고 발톱 깎는 가지치기 몇 주씩 잠만 자고 일어나니 길어진 머리카락 손톱 발톱 엉망이다 밤나무 가지 누가 쳤을까 달빛 환하게 스며들어 이마가 너무 곱다 둥근 .. 애송 詩 2013.04.11
[스크랩] 바다의 오후/이생진 -바다의 오후/이생진-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애송 詩 2013.04.09
[스크랩]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 애송 詩 2013.04.02
경청/정현종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 애송 詩 201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