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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간직하고도 알지 못하는 거지'

다림영 2024. 2. 29.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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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경전에 [법화경]에는 '보물을 간직하고도 알지 못하는 거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거지가 구걸을 나갔다가 오랜만에 부자 친구를 만났다. 부자친구는 좋은 음식을 가득차려 술을 권하며 거지 친구를 후하게 대접했다. 모처럼 마음 편하게 배부르게 먹고 마신 거지는 마침내 취해서 잠이 들었다.

 

마침 그때 부자친구가 급하게 가봐야 할 일이 생겼다. 그는 거지 친구를 깨웠다. 그러나 거지 친구는 너무 깊이 잠들어 일어나지 못햇다. 부자친구는 거지 친구를 안쓰럽게 여긴 나머지 평생 먹고 살고도 남을 보석을 주기로 했다. 혹시술에 취해 잃어버릴까 싶어 윗옷 안섶에다 보석을 넣고 바느질로 꿰매주고 떠났다.

 

술에서 깬뒤 부자 친구 집을 나온 거지는 그러나 자신에게 어마어마하게 비싼 보석이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른채 그는 그 뒤로도 계속 거지로 살아갔다. 세월이 흐른뒤 길에서 우연히 부자 친구와 다시 마주쳤다. 친구가 여전히 거지 모습인 것을 본 부자 친구는 다시 마주쳤다. 

 

친구가 여전히 거지모습인 것을 본 부자친구는 깜짝 놀랐다. '내가 준 보석이면 충분히 자리를 잡았을 텐데' 자초지종을 알고 보지 거지 친구는 자신의 옷 안섶에 보석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 태어날 때부터 보석처럼 아름답고 귀한 깨달음의 씨앗을 지니고 있지만 오직 자신만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할 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 인간은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수 있는 보석을 본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모르거나 믿으려 하지 않는다. 거기에서 모든 고통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가져온 홍보용연필을 보면서 내가 바로 [법화경]에 나오는 그 거지와 같았음을 깨달았다. 내게 꼭 맞는 연필을 오랜동안 가까이 두고도 숱한 연필들을 갈망해왔던 것이다. 방황이 있었기에 귀한 것을 알아보는 감식안이 생긴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경험은 때론 비싼 수업료를 요구하지만 가장 확실한 스승이기도 하다. 그런 뜻에서 호기심이나 방황, 그리고 탐색이 전혀 무의미하다고 할수는 없다.

 

다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방황은 그저 중독이나 회피의 다른 이름일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법화경]의 거지가 보석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은 그것을 누릴 준비가 아직 덜 되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거지는 자신의 몸과 그 몸을 둘러싼 환경에 무신경했다. 한 번이라도 정성스레 옷을 빨았다면 손끝에 이물이 분명 느껴졌을 것이다..

 

부자 친구와 헤어진 뒤 단 한번도 자신의 옷을 점검할 기회를 갖지 못할 만큼 타성에 젖어 살았다는 증거가 아니고 뭘까. 오직 하루 눈앞에 닥친 끼니를 해결하고 잠자리를 찾으며 생존하기에 급급했던 나날이 귀한 것을 '줘도 못가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내가 필기구 꽂이를 좀 더 세심하게 자주 살폈더라면 원목연필의 기회를 좀 더 일찍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처럼 이미 지니고 있는데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보물이 얼마나 많은 까. 둔했기에 무심히 보아 너겼기에 알아차리지 못한 내 안의 보석을 생각한다.

 

쉽게 힘들다고 , 권태롭다고, 불운하다고 말하기 전에 우선 내가 무엇을 지녔는지부터 돌아볼 일이다. 마음의 눈과 귀를 열면 손때 묻은 연필한자루 속에도 경전이 들어앉아 있다. 

 

책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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