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기 보다 덜어내기가 먼저다
-명리학뿐만아니라 주역에서도 나눔의 지혜가 운명의 길흉과 직결되어 있다고 본다. 공자의 말씀을 옮겨놓은 [공자가어]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잇다.
'공자께서 주역을 읽으시다가 손익괘에 이르자 탄식하며 말씀 하시되 덜고자 하는 자는 더하고, 더하고자 하는 자는 잃음이라'
여기서 손損괘가 등장한다. 주역의 손괘는 산과 연못을 상징한다. 형상을 보면 아래에 음이, 위에 양이 자리를 잡고 있다. 위를 덜어서 아래를 더하는 모습으로 만사에 공손하며 거스르는 일이 없다. 이는 '하늘에 순응하는 자는 오래 살아남고 하늘에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산은 왕이 백성에게 베푸는 (복시)것이 손이라 하였다.
가만히 산과 연못을 바라보라. 얼마나 자연스럽고 순응적인가. 산골짜기에 흐르는 물은 움직임이다. 절대로 한곳에만 머물거나 고립되지 않는다. 산골짜기의 물은 연못으로 덜어주고 연못의 물은 기체가 되어 하늘로 오르고 구름이 되어 비를 내려 산의 나무들을 살려 구름이 흐르는 형상을 보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변한다.
우리 삶의 덧없음과 닮았다. 이것이 골짜기 물의 힘이다. 산골짜기 물이 연못이 되고, 물이 구름이 되고 구름을 몰고 다니다가 비를 내리게 하여 산의 나무와 숲을 자라게 하고 산을 지켜주다. 가진 자가 덜 가진 가난한 자에게 덜어줄 때 권력을 아는 자가 민중에게 덜어줄 때 가나나한 자인 민중들이 다시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 손괘이다.
따라서 산과 물의 형상을 가진 손괘는 덜어버릴 건 과감하게 덜어버리라는 뜻이다. 인격을 수양하는 공부 역시 덜어냄으로써 시작된다. 다시 말하면 덜어내는 상황을 수양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 덜어내는 것이 먼저일까? 덜어내야 진리를 담을 수 있고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마음에 온갖 욕심과 번민이 가득한 사람이 어떻게 진리를 품겠는가? 마음의 자리가 비좁아서 진리가 들어갈 틈이 없다. 진리를 품으려면 하늘로부터 타고난 본성을 보존하는데 저해되는 요소를 먼저 덜어내야 한다. 그래야 성인의 뜻을 깨달을 수 있다.
덜어낼 수록 이익이 커진다
- 그렇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덜어내야 할까? 단연코 제일먼저 욕심을 덜어내야 한다. 공자가 말하길 '분노를 경계하고 탐욕을 막아라'는 뜻으로 징분질욕 懲忿窒慾이라고 했다. 여기서 분은 분노이고 욕은 탐욕이다. 인간은 좋은 것을 당기고 싫은 것을 배척한다. 좋은 것을 지나치게 당기면 탐욕이 되고 싫은 것을 지나치게 배척하면 분노가 된다.
분노는 불기운과 같이 타오르기 대문에 경계해야 하며 탐욕은 끝을 모르기 때문에 잘 다스려야 한다. 요즘들어 우리는 지나친 분노와 욕심 때문에 인격적으로 더욱 병들고 있다. 그래서 분노와 욕심을 빨리 떨치고 덜어내는 사람이 누구보다 빨리 행복해 질수 있다.
특히 군자는 하늘의 뜻을 알고 성인의 도를 덜어냄과 보탬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덜어내면 내가 손해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게 계산법이다. 예를 들어서 공부를 잘하려면 남을 가르쳐봐야 한다.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면 그 개념은 완벽하게 이해한 것이고 나의 학문과 지식은 줄지 않는다. 도리어 크게 보탬이 된다. 진리와 사랑은 어떤가? 여러사람과 나누면 나눌수록 커진다.
따라서 주역에서는 덜어냄이 하늘을 향한 믿음과 결부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말로 하기는 쉽지만 인간이 욕심을 덜어내려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 인간이 욕심을 버리면 '덜어낼수록 이익이 커진다'라는 하늘을 향한 믿음과 하늘에 순응하는 성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 결과가 크제 길하다.
덜어낼 수록 이익이 커진다는 뜻은 동양철학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진리이다.
... 주역에서는 손괘다음에 악괘가 온다. 공자도 주역에 해괘 다음에 손괘, 손괘 다음으로 악괘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해解는 느슨함이니 느슨하면 반드시 잃는 바가 잇으므로 손損으로 받앗고,덜어내고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더하므로 익益으로 받았다.'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의미부터 파악하라
-... 해부한다는 것은 속속들이 알게 되고 자세히 파악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해된다'라고 할 때도 해解를 쓰고 해소한다 라고 할 때도 같은 해를 쓴다. 또 해에는 '녹는다'라는 의미 '풀어지고 흩어지다', '해방되고 해산되다'는 의미도 있다.
해괘의 상괘는 진괘이고 하괘는 감괘이다. 둘의 관계를 살펴보면 우레인 진괘는 위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 물을 상징하는 감괘는 아래에서 이전투구를 하고 있다. 우레는 움직임을 뜻하고 물은 위험을 뜻한다. 이는 위기를 만나서 행동한다는 의미로 볼수 있다.
한마디로 해괘는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비와 천둥이 함께하는 형상이니 언뜻 보기에 험난한 고생길이 연상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바탕 야단 법석이 일어나고 나면 만물이 봄을 맞듯 희망이 찾아오기 도 한다. 꽁꽁 얼었더 대지에 봄비가 내리고 생명이 충만한 새싹이 움트는 상황과 마찬가지이다.
문제를 받아들이면 풀지 못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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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그릇은 작은 일에 어울린다. 강압으로 하면 일을 그르친다. 당장은 두려워도 끝은 알수가 없다. 정성을 다해야 풍요롭다. 공손하면 형통한다. 절제는 고통스러우나 통한다. 기다림에도 노력이 필요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야 길하다. 대세에 따르면 허물이 없다. 임시가 너무 길면 흉하다. 꾸미면 작은 이익만 따른다. 덜어냄에 있어서 욕망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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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의식이나 재화는 모두 부질없는 것이다. 옷은 입으면 해지게 마련이고, 음식은 먹으면 썩기 마련이다. 재물을 자손에게 전해줘도 끝내는 탕진해 흩어지고 만다. 다만 가나나한 친척이나 벗에게 나눠주는 것은 영구히 없어지지 않는다.
재화를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도둑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고 ,불에 타버릴 걱정도 없고, 소나 말에 운반해야 할 수고로움도 없이 자기가 죽은 뒤 까지 갖고 가서 천년이 다하도록 꽃다운 명성을 전할 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이익이 있겠느냐? 재물은 더욱 단단하게 붙잡으려 하면 더욱 미끄럽게 빠져나가는 것이니 재물이야말로 미꾸라지 같은 것이다."-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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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자연을 가장 중시했다.
순리대로 산다는 것은 자연따라 순응하는 것이다.
막히면 멈추었다가 넘치면 흐르는 물과같이
때가되면 꽃이피듯이 열매를 맺고 거두며
추운날이 오면 다시 움츠리고 따뜻한 날을 기다리고...
계절따라 흐르듯
인생도 봄여름가을겨울처럼 순환한다.
지혜로운 자는 겨울을 맞아도 때를 기다리며 준비할 것이고
지례롭지 못한자는 그것을 거스르다가 봉변을 당한다.
많은 이들이 당하는 것을 보아왔다.
알면서도 비워내지 못하고 멈추지 못하고
욕심따라 달려가다가 천둥과 비바람에 낭패를 본다.
작은 일에서부터 큰 일까지 모든 일에는
계절이 들어있고 순리가 살아있다.
빈마음으로 하루에 임하며 적당한 것을 지니며
물러설줄 아는 사람으로
오늘과 마주하게 되기를 ..
욕심속에 넘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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