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개인은 씨앗, 사회는 밭

다림영 2023. 5. 2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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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저는 즉문즉설을 통해 일관되게 개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랬더닝 ㅣ렇게 반문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스님 말슴처럼 나부터 변하려고 노력하면 결국 그것이 모여 세상이 바뀐다는 논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장 잘못된 시스템 때문에 억울한 이가 생기고 희생되는 사람이 생기며 더 나아가 그것이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서 잘못된 세상이 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개인만 반성하라고 말씀하신다면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그들은 왜 자기 반성을 하지 않습니까?

 

어떤 환경에 처하든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이때 부당한 현실을 무조건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는 동안 끊임없이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을 금방 뜯어 고칠수는 없기 때문에 주어진 현실을 수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개선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는 드싱에요.

 

제가 개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는 우리가 남 탓, 환경 탓만하지, 자기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의식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행복의 조건을 밖에서 찾습니다. 예를 들어 자식이 공부를 더 잘하고, 남편이 술을 덜 먹고, 아내가 바가지를 안 긁고, 세상이 바뀌어야 행복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내가 원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바뀔까요?

 

내가 푸념하면 세상이 척척 변해주나요? 그렇게 해서는 안바뀝니다. 

그러면 나는 계속 괴로울 수 밖에 없느냐? 아닙니다. 

주어진 조건을 바꾸지 않고도 내가 조금만 마음가짐을 달리하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가 있어요. 그래서 더이상 '누구때문에'라고 남 탓하지 말고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이야기해온 겁니다. 

 

콩 한웅큼을 가져다 자갈밭에 뿌렸더니 2개가 살아 싹을 틔웠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말해요.

"봐라, 살 놈은 그래도 살지 않느냐!"

똑 같이 콩 한 웅큼을 가져다 기름진 밭에 뿌렸더니 2개가 죽고 나머지는 다 살았습니다. 이번에는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봐라 , 죽을 놈은 죽지 않느냐?"

 

잘되든 못되는 전부 씨앗탓으로 돌려요. 하지만 자갈밭과 기름진 밭에 각각 똑 같이 100개씩 뿌렸는ㄴ데, 자갈밭에서는 2개만 살고 기름진 밭에서는 98개가 살았다면 그건 환경에 따라 씨앗의 생존확률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이처럼 농사가 잘되려면 씨앗이 좋아야 하지만, 밭도 좋아야 하는거예요. 우리 삶에 빗대어 보면 씨앗은 개인이고 밭은 우리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수행은 좋은 씨앗을 만드는 것과 같고, 밭을 가꾸는 것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과 같아요.

 

이렇듯 개인이 행복하고 사회조건이 개선될 때 우리는 온전하게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의로운 사회 ,복지사회를 만드는 것은 내 행복과는 별개가 아니에요. 

 

매년 1월에 인도 성지순례를 가면 늘 겪는 일이에요.

수백명이 함께 다니는데, 똑같은 버스를 타고 똑 같은 호텔에서 자고 똑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어떤 사람들은 내내 즐거워하고, 어떤 사람은 힘들다고 울상입니다. 어쩌다 불편한 트럭을 타면" 언제 또 이런걸 타보겠나" 하며 재미있어하는 사람이 잇는가 하면, "요즘같은 세상에 이런 걸 어떻게 타느냐"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어요.

 

반대로 똑같은 사람도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새까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소음이 심한 지역에 있을 때와, 공기좋고 물맑은 자연에있을 때 기분은 사뭇 다르지요. 똑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행복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어차피 주어진 환경이라면 내 마음가짐을 바꿔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행복해지자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수행이에요. 예를 들면 술 좋아하는 남편과 살면서 20년 넘게 술 먹지 말라고 잔소리해도 변함이 없다면 차라리 "그래 실컷 먹어라"이렇게 마음을 바꿔버리면 내가 덜 괴롭습니다. 술 먹는 남편은 그대로인데 내가 관점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내 행복도가 달라지는 거예요.

 

그런데 남편이 매일같이 술을 먹는 것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가정형편 때문이고, 그 원인이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남편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이해하고 미워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 남편이 술 먹을 일이 줄어들수 있는 사회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빈부격차가 심한 상황에서는 돈이 몰리는 일부 계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먹고살기가 갈 수록 힘들어져요. 경제적인 면에서 삶의 질이 나빠지는 것도 있지만 상대적 빈곤감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런 양극화문제가 완화됨녀 사는 게 좀 나아지겠죠. 

 

나나 남편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할일이지만, 빈부격차가 극심한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사람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행복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문제에 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삶의 자세와 주변 환경이 어떤가하는 이 두가지가 함께 맞물려서 오는 거예요. 행복이 오랫동안 꽃을 피우려면 개인이라는 씨앗과 사회라는 말이 모두 건강해야 합니다. 개인과 사회는 행복이라는 수레를 끄는 두 바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240

 

책 법륜스님[행복]/나무의마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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