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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눈은 보이기 시작한다

다림영 2023. 5. 13.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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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기 족 원주민 이야기

 

안데스 산맥 북쪽 끝 , 콜롬비아의 시에라네바다 데 산타마르타산에는 코기 족 인디오 가 해발 5900미터 높이의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 유럽인들을 피해 오랜 세월 동안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거부하고 살아온 이들에게는 독특한 전통이 있다. '마마'라고 불리는 코기 족 사제들은 신점을 쳐서 장차 사제가 될 운명을 지닌 존재가 태어날 시기를 알아낸다. 선택된 아이는 태어나자마다 산위쪽 동굴로 옮겨진다.

 

젖먹이 때는 어머니가 동굴 옆에 머물면서 젖을 먹이고 보살피지만 아이는 사제들에 의해 양육된다 9년동안  일절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해와 달조차 볼 수 없다. 낮에 자고 밤에 깨며 버섯, 호박, 콩 등 소박한 음식만 먹는다. 사제들은 세상을 창조한 '위대한 어머니'인 알루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신화와 종교의식을 아이에게 가르친다.

 

이 기간이 끝나면 아이는 인간의 마을로 내려갈지, 동굴에 남아 배움을 계속할지 선택할 수 잇다. 후자를 택하면 다시 9년의 교육이 동굴에서 이어진다. 

희미한 빛밖에 없는 동굴 안에서 아이는 자기 내면의 영성과 대화하는 법, 하늘과 땅의 비밀, 인간 세상의 특별함과 아름다움을 배운다. 그러면서 나무와 산이 어떤 모습이고, 하늘을 나는 동물들이 어떻게 생겼으며, 바닷물이 몸에 닿았을 때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어둠 속을 보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마음이 지어내는 환상을 꿰뚫어 보는 투시력이 생겨난다.

 

마침내 18년의 혹독한 수련이 끝나는 날, 아이는 사제의 손에 이끌려 시에라 산맥의 새벽빛 속으로 나온다. 그때가지 관념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 온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 그때의 충격! 놀라움과 경이로움! 나뭇잎들의 초록색 수런거림, 바위에 자라는 이끼, 골짜기를 나는 새, 최초로 살에 와 닿는 햇빛, 온갖 종류의 나무와 꽃들! 경외감에 압도되어 아이는 무릎을 꿇고 위대한 어머니 알루나에게 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아이는 대지에 깃든 신성을 평생 마음에 간직하게 되고 부족의 사제로 탄생한다. 그는 부족 사람들에게 그 신성을 일깨우는 일을 하고, 이 세계와 영적 세계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이 코기 족 전통에서 나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한다. 삶에서 겪는 고통의 시기는 어두운 동굴에 갇혀지내는 것과 같다.  희망의 빛이 차단되고 외부 세계가 주는 즐거움도 사라진다.

 

이 경험은 우리를 깊어지게 한다. 시력이 좋아지게 하기 위해 갓난아기때 일정 기간 캄캄한 방에서 키우듯이, 어둠과 고통의 시간은 삶을 깊고 넓게 보는 통찰을 준다. 밝음 속에서만 머물면 시력은 깊이감을 얻기 어렵다.

 

고통은 우리를 동굴안에 가두며, 영원히 외부의 빛을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다. 삶이 이대로 끝나 버릴 것 같다. 그러나 그 기간을 통과하면 어느 날 봄 햇살이 느껴지고, 터질 듯한 꽃망울 들이 보이고, 바람을 이겨내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가온다.

 

어떻게 뿌리를 내렸을까 싶은 돌 틈의 풀꽃에서 힘을 얻는다. 그 눈뜸, 세상과의 새로운 만남 하나만으로도 어둠의 시기는 가치가 있다. 

 

삶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이 어둠 명상은 자기 자신에 대해 배우고 , 정화하고, 자기를 전체적으로 보는 기회이다. 그 영적 어둠의 시기를 통해 자기 안의 신성과도 연결한다. 그것이 정신적 고통이 주는 신비이다.

 

코기 족 사제를 가리키는 '마마'는 성직자이면서 동시에 '치료사'의 의미이다. 어둠의 시련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어둠을 치료할 수 없다. 상처와 고통은 단순한 지식에서 통찰력 있는 지헤로 옮겨 가는 다리이다. 

 

'축복blessing'러눈 영어단어는 '상처 입히다blesser'라는 프랑스어에서 나왔다. 축복은 종종 상처와 고통을 통해 오기 때문이다. 삶이 지닌 경이와 아름다움 앞에 무릎 꿇기 위해서는 어두운 동굴의 시간, 심리적 추락의 경험이 필요하다. 많은 영적 치료사들은 그런 인생의 시련을 겪고 마침내 동굴 밖으로 나와 세상의 신비와 마주한 사람들이다.

 

너무 밝은 빛 속에선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어두울 때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그 때 빛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도 썼다.

'어둠 속에서 눈은 비로소 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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