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미스터 최>를 읽고 그분의 책을 보기로 했다.
그분은 2010년 72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전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구분되지 않았다.
밝고 명랑하고 솔직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 오랜동안 미스터최란 남자와 친구가 될수 있었지 싶다.
이웃집 어느 솔직하고 괄괄한 노처녀가 수다를 떠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다정한...
가볍고 편안하게 뒤적이며 읽게되었고 나도 그분의 글에 따라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분의 동화가 아주 가볍고 재미있을 것 같다.
언젠가 동화를 쓰겠다고 끄적이던때가 있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시절이었다.
그땐 어떤마음이었는지 글짓기에 미쳐서 밤새는줄도 모르고 정신을 놓았다.
어쩌면 지금 가죽공예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모습과도 비슷할지 모르겠다.
젊을때이니 자는 시간조차 아까워 책을 읽고 끄적이던 아름다운 시절..
새삼스러이 그때를 추억하며 책읽기에 손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으나
이럴수는 없는 것이다. 4월17일 도착한 책을 이제서야 마치게 된것이다.
그분은 38년생으로 미술대학디자인과를 졸업했다. 1971년 그림책작가로 데부했고 많은
동화책을 출간했다. <100만번 산 고양이><아저씨 우산,<내 모자>등의 동화작품이 있다고
하는데 시간나면 동화책도 한번 들여다볼까 생각중이다.
"작년 7월쯤부터 1년 동안 누운채 한국드라마를 보았다. 암 때문에 가슴을 잘랐으니까
괜찮다고 되노며 항암제의 불쾌함을 한류로 이겨냈다.고맙고 행복했다"
.....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어딘가 다르다. 이 행복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스토리도 대부분 억지로 짜 맞춰서 개연성이 없다.보고 있으면 헛웃음이 나온다. 그런데도 행복하다.
엄청나게 행복하다. 잘난 사람들은 모두 이 현상을 분석하려 들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좋아하는데 이유 따위 없다. 그저 좋은 것이다. "
..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는것일까. 그냥 좋은 것... 요즘 나는 가죽공예에 빠져있다.
언제 또 이 연애가 끝날지 모르겠으나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지니
그냥 좋은 것이다...
"살아있는 인간이라 정말로 고달프다. 포스터에서 눈을 떼고 반대편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온 신경을
문자 쓰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아마도 전철에서 할 일이 없어서 문자가 습관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남자도 자기 집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나왔겠지. 신발은 빨아신은것일까. 누가 빨아준것일까.
살아 있는 인간을 이렇게 가까이서 일일이 보고 있자니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다. 오랜만에
전철에서 녹초가 되었다. "
웃음이 난다. 참 각별한 분이다. 난 가끔 전철에서 치마를 입고 고개는 옆으로 뉘여져서 정신없이
잠에 취한 젊은여자를 보면 마구 다가가 어깨를 한대 쳐주고 싶을때가 있었다. ..
참 살아있는인간이란 고달프다.. 남일인데 왜그렇게 불편하고 힘들었는지...
"예순여덟은 한가하다. 예순여덟은 찾는 이가 아무도 없다.
예순여덟의 할머니가 무얼 하든 말든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외롭냐고? 농담마시길, 살날이
얼마 없으니 어린아이처럼 살고 싶다.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을 생각하고 싶다."
예순이란 말이 두렵다. ..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일을 하지 않는 나를 꿈꾸어본적이 없다. 한번도 해보지 못한일을 하고 있긴하다.
가죽공예를 배우고 있다. 재미있고 자꾸만 보고, 잡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언제 이맘이 변할지는 모르겠으나 훗날은 잊고 지금에 충실하기로 한다.
감사한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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