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아가 좋은 차가 생겼을 때 그 차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친지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일앋. 이름하여 '차의 벗'이라고나 할까 다행히 나에게는 그런 선배님이 한 분 계신다. 그분은 술도 잘 자시지만 차를 무척 좋아하여 좋은 차가 생기면 언제든 봉지를 갈라 나누어드리고 싶은 분이다. 그 선배님의 사모님 또한 차를 좋아하는 분이라 내가 전해준 차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차를 나누어 드리기를 참 잘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실상 차를 아끼는 것이 아니다. 숨겨두거나 쌓아두는 것도 아니다. 적적하게 나누어 마시고 적절하게 소비해야 한다. 가령, 가을철이나 겨울철에 좋은 차가 몇 봉 수중에 들어왔다 치자. 그걸 욕심 사납게 아껴서 혼자 끓여 마셨다 하자. 나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봄이 되면 누군가로부터 또 새로운 차가 선물로 들어온다. 새로 나온 잎새를 따서 만든 신선한 차다. 이렇게 되면 전에 받은 차는 아끼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와 나누어야 한다. 마실때도 누군가와 마주앉아 나누어 마셔야 하고 봉지 차도 나누어야 좋다.
그것이 제격이다. 나에게 한 사람이라도 차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은 잠시 나를 행복하고 따뜻한 마음이게 해주는 요인이 된다. 이런 점에서 차는 인생을 가르쳐주는 또 하나의 좋은 스승이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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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선생님은 차 같은 분이다. 가만히 글을 읽고 있으면 맑은 그분의 마음이 읽혀진다. 나는 조금 탁하다. 내 시간이 아까워 그 고운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차를 나눌만한 친구는 생각하고 보면 딱 한명 인것 같다. 그녀는 나를 어찌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일주일에 한번은 꼭 전화를 주는 친구가 있다. 예전같으면 그녀와 봄이오면 쑥을 함께 캐고 호수를 한바퀴 돌며 이런저런 얘기속에 좋은 시간을 나누곤했다. 이제 코로나 여파로 그녀와 나의 봄날은 벌써 두번이나 지나간다.
전화를 주고 받으며 아쉬운 우리의 날들을 이야기 하지만 분명 그녀는 여름이 오기전에 한자리 할 것을 얘기 하리라 생각된다. 나도 그렇다 . 일년에 한번 은 꼭 만나고야 마는 우리....
푸른새싹이 돋아나는 봄이거나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깊은 가을이거나 이 해가 지나갈 무렵이면 한살 더 먹기전에 만나야지 하며 함께 한다.
봄이 무르익고 있다. 벚나무길엔 온통 눈부신꽃들이 날 오라 손짓하고 있다. 무엇을 하느라 이리 힘들고 바쁜지 그 봄길조차 걷고 있지 못하고 있음이 애통하다. 병원을 순례하며 지내는 나의 봄날... 그래도 감사하며 지내기로 한다. 누워있지 않을 정도의 아픔이니..
오늘도 어느새 밤이 찾아오고 있다. 어찌 이리 시간은 화살가도 같은지... 감사한 날들속에서 좋은차한잔 술한잔 나눌 우리의 시간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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