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피에르 쌍소/공명

다림영 2015. 2. 1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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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이란 더 빠른 박자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느림은 시간을 성급히 다투지 않겠다는 의지, 시간에 쫓겨 허둥대며 살지 않겠다는 의지, 세상을 넉넉히 받아들이며 인생길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능력을 키워가겠다는 의지의 확인이다.어쩌면 내가 조금 흥분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나치게 엄격하지는 않더라도 약간 철학적인 어조로 이야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어쩌면 내 마음이 조금 들썩였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느림과 신속함이 서로 다투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한가로이 거닐고 싶다. 그렇다고는 해도 활기차고 민첩한 모습을 찬양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배우는 자신의 역할을 민첩하게 해낼 뿐 아니라 대중에게 숙련된 역량과 영감까지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 피가로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p10

 

기도는 자신을 포기하는 행위이다.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주기도문에서 보듯이 기도는 기다림이기도 하다. 기도를 거듭한다고 해서 당신의 바람이 더 빨리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 몇 시까지 저를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주님과의 만남을 혼자 결정하고서는 그분의 소매를 어린아이처럼 잡아당기지 마라. 그런 기도는 이루어지지도 않겠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다.p120

 

인간은 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까? 도는 왜 춤을 추거나 음악을 만들까? 자신의 재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그러한 행위를 통해 세상을 향해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어서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도록 돕기 위해서일까? 내 생각에는 모두 정답이 아니다. 이 모든 행위들은 자아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며 살아 있는 동안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내적 성찰이나 분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 무엇을 더 갖춰야 할까? ‘인내겸양이 갖춰야 할 것이다. p137

 

느림은 민첩하지 않고 차분한 기질인 사람의 특징이 아니다. 느림이란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벗어나겠다는 조바심에 서둘러 행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삶의 대부분은 무의미한 일로 채워지는 게 아닌가?p143

 

수년 전부터 나는 적은 것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기술을 실천하고 있다. 다른 어느 누구의 방법도 아닌 내가 고안하고 개발한 방법이다. 요즘 나는 소극적으로 해오던 생각을 드디어 행동으로 옮기려고 애쓰고 있다. 나는 과거에 비해 덜 걷지만 주위의 모든 것들을 훨씬 더 면밀히 관찰한다. 움직이지 않는 대신 사색에 열중하기도 한다.

 

이제는 두 다리보다 두 눈을 더 열심히 놀린다.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기를 내심 바란다. 더는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뭔가 특권을 누리는 구경꾼이 되고 싶은 것이다. p172

 

나는 움켜잡는 것보다 쓰다듬는 걸 더 좋아하고 목표점을 향해 곧장 가는 것보다 기분 좋게 이리저리 들러서 가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어떤 얼굴, 어떤 존재를 내 것으로 소유하기 전에 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모든 것을 아는 척 하기보다는 약간은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는 걸 좋아한다. p187

 

망설임이란 인간이 가진 고유의 속성이다. 이런 속성 때문에 인간은 세상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결국에는 신념까지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망설임도 세상의 질서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질서도 주저하고 머뭇거리며, 혹은 더듬거리고 만지작거리며 수정한 끝에 결국에는 포탄처럼 일정한 궤적을 따라가지 않는가. 그런 덕분에 나는 계절의 수레바퀴를 읽어낸다. 계절은 항상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몇 번이고 들락거린 끝에 완전히 자리를 잡는다. p194

 

대화를 방해하지 않으려면, 또 잠든 어린아이를 깨우지 않으려면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야 한다. 공손한 사람들은 공원을 떠날 때, 심지어 세상을 떠날 때도 발끝으로 사뿐히 걷듯 조용히 떠난다.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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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에 심취해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 빠르고 신속한 세상 속에서 내가 살아내는 힘은 느림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들었다. 작고 소소한 것에 애정을 담고 천천히 걸으며 면밀히 주변을 살피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천천히 알아가고 기다리는 일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며 오랜 옛날의 사람들처럼 천천히 살기로 했다.

 

너무 빨리 돌아가는 세상 이 낯설다.  그러나 나는 조급해 하지 않으며 고독한 시간들에 애정을 담고 즐길 것이다. 혼자 책을 읽고 방송으로 고전을 들으며 명상을 하고 사색을 하고 마음 가는 자리에 머뭇거리며 동네구석구석을 살피며 걷는 일은 미소가 꽃처럼 피어나는 일이다.

좋은 곳을 다녀오는 사람들 멋진 풍경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이들을 부러워 하지 않는다. 그런 곳을 가지 못한 것에 불행해 하지 않는다. 익숙한 동네의 골목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숱하기 때문이다.

 

새 아침이 밝으면 새날을 받은 것에 감사의 기도를 하고 소중한 몸을 귀히 여기며 약간의 운동을 하고 가족을 위해 쥬스를 만들고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맛난 찌개를 매일 새롭게 끓이는 일.. .. 누군가는 매일 같은 일이 싫어 사먹고 데워먹고 간단히 한다지만 반찬하나에도 정성과 수많은 손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소중한 행복이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느림에 대한 귀한 글을 읽으며 즐거웠다. 자꾸만 앞 페이지로 가서 다시 읽고는 했다.

남들로부터 사뭇 뒤떨어져서 고개를 숙이고 걷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고요한 인내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다. 어쩌다 나는 이런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었을까 ? 인생은 새옹지마임이 분명하다. 우울한 환경을 만나 슬픔에 잠겨있기만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것이 어떤 행복을 가져다줄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좋은 길로 가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수많은 갈래의 좋은 길들을 만나게 된다는 말씀을 잊지 않는다. 내일부터는 또한 새로운 길을 찾아 걷기로 했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기대 반 근심반이지만 마음 내려놓고 여행하듯 감사함으로 나서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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