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다림영 2013. 5. 2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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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이 세상에 올 때 하나의 씨앗을 지니고 온다. 그 씨앗을 제대로 움트게 하려면 자신에게 알맞은 땅(도량)을 만나야 한다. 당신은 지금 어떤 땅에서 어떤 삶을 이루고 있는지 순간순간 물어야 한다.

 

1995617(토요일), 남북 생 레미에서 쓴 대목, 여행 중에 가지고 간 크리슈나무르티의 <명상집>에서 인용한 글이 실려 있었다.

 

홀로 명상하라.

모든 것을 놓아버려라.

이미 있었는지를 기억하지 말라.

굳이 기억하려 하면 그것은 이미 죽은 것이 되리라.

그리고 그것에 매달리면 다시는 홀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저 끝없는 고독, 저 사랑의 아름다움 속에서 그토록 순결하고 그토록 새롭게 명상하라.

 

저항하지 말라.

그 어떤 것에도 장벽을 쌓아두지 말라.

온갖 사소한 충동, 강제와 욕구로부터

그리고 그 자질구레한 모든 갈등과 위선으로부터

진정으로 온전히 자유로워지거라.

그러면 팔을 활짝 벌리고

삶의 한복판을 뚜벅뚜벅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으리라.

 

성 베네딕도는 뒷날 몬떼 까시노에 수도원을 세워 보다 나은 공동생활을 위한 규칙을 만들었다. 그중에 몇 가지를 추려 생활의 지침으로 삼았으면 한다.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말라.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

자신의 행동을 항상 살피라.

하느님이 어디서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을 확실히 믿어라.

말을 많이 하지 말라.

공허한 말, 남을 웃기려는 말을 하지 말라.

다툼이 있었으면 해가 지기 전에 바로 화해하라.

 

이제 나이도 들 만큼 들었으니 그만 쉬라는 이웃의 권고를 듣고 디오게네스는 이와 같이 말한다.

 

내가 경기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을 때, 결승점이 가까워졌다고 해서 그만 멈추어야 하겠는가?”

디오게네스의 이 말을 나는 요즘 화두처럼 곰곰이 되뇌이고 있다. 그러다 보면 결승점만이 아니라 출발점도 저만치 보인다.

 

이제는 다시 산의 살림살이에 안주할 때가 되었다. 옛 선사의 법문에

때로는 높이높이 우뚝서고

때로는 깊이깊이 바다 밑에 잠기라.

 

이런 가르침이 있는데, 안거 기간은 깊이깊이 잠기는 그런 때다. 그 잠김에서 속이 여물어야 다시 우뚝 솟아오를 수 있는 저력이 생긴다.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그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거기에 얽매이면 자신의 눈을 잃는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서 콕 막힌 사람들이 더러 있다. 책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읽을 수 있을 때 열린 세상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책에 읽히지 않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책에는 분명히 길이 있다.

 

 

휴전선사의 법을 이어받은 편양 언기 스님은 뜰에 핀 꽃을 보고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비 내린 뒤 뜰에는 가득 꽃이 피어

맑은 향기 스며들어 새벽창이 신선하다

꽃은 뜻이 있어 사람을 보고 웃는데

선방의 스님들 헛되이 봄을 보낸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나야 봄이 온다.

 

생떽쥐페리는 그의 <인간의 대지>에서 이런말을 했다.

, 너는 생명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다. 너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우리 가슴속 깊이 사무치게 한다. 너와 더불어 우리 안에는 우리가 단념했던 모든 권리가 다시 돌아온다. 네 은혜로 우리 안에는 말라붙었던 마음의 샘들이 다시 솟아난다.”

한 방울의 물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가를 배우고 또 배운 겨울이었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그대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 자신의 인생을 단순하게 살면 살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이다. 그때 비로소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가난이 아니게 된다. 그대의 삶을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청소를 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청소의 경우만은 육조혜능이 읊은 게송보다는 산수의 게송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먼지 끼지 않게 하라

그는 우리 마음을 밝은 거울에 비유한다. 구석구석 쓸고 닦아내는 동안 바깥에 쌓인 티끌과 먼지만 닦이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도 맑고 투명하게 닦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의 삶이 그를 만들어 간다. 이미 이루어진 것은 없다. 스스로 만들어갈 뿐이다.

이런 때 마시는 한 잔의 차는 단연 단이슬에 견줄 만하다.-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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