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
“그는 감방 안에 다시 들어와서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사람이 세상천지에 살다보면 끌려 들어가기도 하고 끌려 나오기도 하는 때가 잇는 법이며, 때로는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려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다만 아쉽게도 그놈의 동그라미를 동그랗게 그리지 못한 것이 그의 ‘이력’에 하나의 흠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 뒤에는 그것조차도 꺼리지 않게 되었다. 그는 동그라미는 손자놈들이나 정말 동그랗게 그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이내 잠이 들었다.
..
그러나 그는 완전히 까무러치지는 않았다. 속이 바짝바짝 타고 안타깝기는 했으나 때로는 오히려 태연했다. 그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살다 보면 때로는 목을 잘리는 일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길을 좀 아는지라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형장으로 가지 않는가? 그는 이것이 조리돌리는 것인 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설령 안다 해도 그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살다보면 때로는 조리돌림을 당하는 일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견해를 세우는 방법
나는 꿈에 소학교 교실에서 작문을 하기 위해 선생님께 견해를 밝히는 방법을 물었다.
“어렵지!”
선생님은 안경테 너머로 나를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내 얘기를 하나 들려주마, 어떤 집에서 귀공자를 낳고 온 집안이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달이 차자 애를 안고 나와 손님들에게 구경시켰지. 축하의 말이나 들으려고 한 거겠지. 어떤 사람이 ‘이 앤 장차 부자가 되겠구려’라고 말해 고맙다는 말을 들었어.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이 앤 장차 벼슬을 하겠구려’라고 말해 역시 고맙다는 말을 들었어. 그런데 한 사람은 ‘이 앤 앞으로 죽겠구려’라고 말해 모든 사람에게 몰매를 맞았지.죽을 것이라고 한 것은 당연한 말이고, 부귀를 누릴 것이라고 한 것은 거짓말일 수도 있어. 하지만 거짓말을 한 사람은 대접을 받고, 당연한 말을 한 사람은 매를 맞았다는 말이다. 그러니 넌....“
“저는 거짓말도 하지 않고 매도 맞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면 선생님, 저는 어떻게 말해야 합니까?“
“아아, 이 애는 정말! 얼마나.... 어이구! 하하!허허! 허허허허!”
192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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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보면 수많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죽음도 별스럽지 않은데 어떤 것이 두려울 것인가 하는 생각이다.
한파는 조금씩 물러날 기미가 있고 따뜻한 창가에서 차 한 잔을 드는 여유까지 있다.
살다보면 별별 일 다 겪는 것....
모두가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
잘 사는 이나 그렇지 못한 이나 어떠한 한 곳으로 걸어 가는 것....
무엇이든 깊게 고뇌할 일도 아니다.
지금은 다만 따뜻한 햇살, 은은한 차 향기, 조용한 시간들 속에 서 있음을.
사탕발림을 하란 소리는 아닐 것이다.
좋은 것이 좋은 것,
누구든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로운 이라면 모를까
섣불리 함부로 말을 잇지 말일이다.
하하 허허 ...아 ...끄덕끄덕....
참으로 지혜로운 견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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