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꼭 그만큼만

다림영 2012. 11. 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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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1122일 목요일

가슴으로 읽는 동시

 

꼭 그만큼만

 

장다리 밭에 꼬물꼬물

배추벌레가 자란다고

한꺼번에 다 먹어치우는 건 아니다

제가 먹을 만큼 꼭 그만큼만

배추벌레를 물어가는 새들

 

언덕마다 푸른 풀이 자란다고

있는 대로 먹어치우는 건 아니다

제가 앉은 자리만큼 꼭 그만큼만

풀을 뜯어 먹는 소들

 

새들이 남겨 놓은

장다리 밭의 배추벌레가

어느 새 흰나비가 되었구나

 

소들이 남겨 놓은

언덕 위의 풀들이

어느 새 흰꽃을 피웠구나

노랑꽃을 피웠구나

 

-민현숙(1958~)

 

자연이 때로는 사람보다 더 지혜로울 때가 있다. 제가 먹을 만큼 먹는 새들이나 제가 앉은 자리만큼 먹는 소들에게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필요한 만큼만 먹고 남겨놓는 것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 동시를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사람들도 살아가면서 필요한 꼭 그만큼만 바라고 갖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꼭 그만큼만을 지킨다는 것은 참 힘들다. 정도에 넘치게 욕심을 내고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곤 한다. 한꺼번에 있는대로 취하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 남겨 놓는다면 세상은 훈훈해질 것이다. 그런 마음들이 흰나비가 되고 노랑꽃으로 피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리라.

이준관.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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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책에서던가 신문에서던가 어디서 보았던가...그는 아프리카 어느 해변에서 행복한 사람을 보았다고 했다. 점심을 위해 그들은 물고기를 잡았는데 딱 그 먹을 만큼만 잡더라는 것이다. 왜 물고기가 많은데 더 잡지 않고 그만큼만 잡느냐 물으니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했던가...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

우리는 왜 이렇게 행복하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하고 매일마다 전전긍긍하며 불행하며 더 갖기 위해 애를 쓰며 정신을 잃고 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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