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성문과정(聲聞過情)

다림영 2012. 10. 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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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03

정민의 세설신어

성문과정(聲聞過情)

 

소식(蘇軾)의 시에,“선비가 시골에 있을 때에는 강태공(姜太公)과 이윤(伊尹)에다 저를 비기지. 시험 삼아 서보면 엉망이어서, 추구(추拘)를 다시 금 어려움 같네(士方在田里,自比渭與華,出試乃大謬,추拘難重陳)"란 구절이 있다.

 

추구는 짚으로 엮어 만든 개다. 예전 중국에서 제사 때마다 만들어 쓰고는 태우곤 했기 때문에 나온말이다. 재야에 있을 때는 하도 고결하고 식견이 높은 듯 보여 맡기면 안 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막상 써보니 1회용도 못 되는 알량한 그릇이었다는 말이다.

 

소식이 증전도인(贈錢道人)이란 시에서 또 말했다. “서생들 몹시도 책만 믿고서, 세상 일을 억탁으로 가늠한다네. 견딜 만한 역량도 못 헤아리고, 무거운 약속조차 가볍게 하지. 그때야 뜻에 마냥 통쾌했어도 일 지나면 후회가 남음이 있네. 몇고을의 무쇠를 모두 모아야, 이 큰 쇠줄 만들는지 모르겠구나(書生苦信書,世事仍臆度.不量力所負,輕出千勻諾.當時一決意,事過有餘作.不知幾州鐵,鑄比一大錯)”

 

입으로 하는 고담준론이야 누구든 다 한다. 세상일은 책에 나오는 대로 되는 법이 없다. 큰소리 뻥뻥 쳐놓고 뒷감당 못해 민망한 꼴은 지금도 날마다 본다.

한유(韓愈)가 지명잠(知名箴)‘에서 말했다. “내면이 부족한 사람은 남이 알아주는 것을 조급해한다. 넉넉하게 있으면 그 소문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內不足者,急於人知,포然有餘,厥聞四馳)”

 

저를 알아달라고 설쳐대는 것은 내실이 없다는 틀림없는 증거다. 내면이 충만한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먼저 알아 소문이 퍼진다. 그래서 공자는 소문이 실정보다 지나침(聲聞過情)을 군자가 부끄러워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받아 홍석주(洪奭周)는 그의 학강산필(鶴岡散筆)’에서 이렇게 적었다.

군자가 본래 남이 나를 알아주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지가 없는데도 남이 알아주는 것은 싫어한다. 실제보다 넘치는 이름은 사람을 해침이 창보다 날카롭다. 실지가 없으면서 남들이 알아주느니, 차라리 실지가 있으면서 남이 알아주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사람들은 세상에 알려지기를 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알아줌을 얻지 못해 근심하고 미워하며 성내는 자는 반드시 실지가 부족한 사람이다.“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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