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젊음을 좀먹는 '네 탓'타령

다림영 2012. 9. 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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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9월 27일 목요일

조선데스크 

김태훈 국제부 차장

 

 

프랑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30대 유명 인사 3명이 최근 청년들을 향해 프랑스를 떠나라고 했다. 이들은 좌파 성향의 한 일간지에 프랑스 젊은이들이여, 너희의 안식처는 다른 곳에 있다. 탈주하라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프랑스는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못하는 나라가 됐으며 부패한 노인들이 권력을 쥐고 나라를 좌지우지 하니 떠나라는 것이었다.

 

이 기고문의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프랑스 젊은이들은 정체()의 음영이 짙게 드리운 자국 현실에 낙담했고 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겪는 고통을 온통 기성사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정확한 진단일 분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런 비판은 자신이 기성세대 못지 않게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책임 의식을 마비시키고 세대 간 편 가르기로 사회 통합을 깬다. 그들의 말대로 청년들이 외국으로 빠져 나가면 프랑스는 재기 불능에 빠질 것이다.

 

청년 세대를 향한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언사가 프랑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우리 나라의 당시 한 여당 의원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찾아가 뿌자 부모 만난 아이는 비산 과외로 공부해서 좋은 학교에 가고 부자 부모를 못 만난 아이는 비싼 괴외 못해서 좋은학교에 가지 못하고 계속 못살게 된다며 아이들의 마음을 들쑤셨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이건 어른이 아이들 앞에서 할 소리가 아니다. 세상을 탓하는 그이 말은 자포자기하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노력을 그만둘 좋은 핑계가 됐을 것이고, 가난을 견디며 미래를 준비하던 학생들에게는 모욕으로 들렸을 것이다.

 

다산(茶山)정약용은 조선 후기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할 방도를 모색했던 진보인사였다. 다산이 신유박해로 귀양을 떠나자 그의 두 아들은 자신들을 돌보지 않는 친척과 세상을 원망하는 편지를 아버지에게 보냈다. 다산은 기양아奇兩兒 : 두 아들에게 보내는 글)’란 제목의 답장에서 이렇게 타이른다.

 

너희는 험난한 삶이라는 둥,(...)굽어진 길들처럼 힘든 삶이라는 둥 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가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는 말투니, 큰 병통이다.(...)너희는 (...)자신을 다하는 성실함을 알지 못하고 남이 베푸는 은혜를 먼저 바란다.”

 

실학자정약용은 세상의 모순을 고치려 애썼지만 아버지정양용은 세상을 탓하기보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라고 자식들에게 당부했다.

 

요즘 우리 20대 청년들이 취업난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 그래서인지 서점마다 청년을 위로하는 책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그 위로가 내가 입은 상처는 다 세상 때문이라는 네 탓의 마음을 정당화하는 핑계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위로 받기를 바라기보다 2009년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인 장편 날아라, 잡상인의 주인공 청년처럼 외쳐보라. 실직 후 오랜 방황 끝에 지하철 행상에 도전한 그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주저앉고 싶을 때면 자신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지하철이 좋은 게 뭔지 알아?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는 거야. 이번 칸에서 망했더라도 기죽을 필요없어. 우리에겐 다음 칸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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