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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에서는 " 내 얼굴은 남의 얼굴에, 물에 비치듯 비치고 내 마음도 남의 마음에, 물에 비치듯 비친다"고 했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내가 그를 따뜻한 손길로 잡아주면 그도 따뜻한 온기를 내게 보낸다. 내가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면 그도 가슴에 비수를 품고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를 대하는 내 마음이 그늘져 있으면 나를 향한 그의 마음도 어두운 것은 당연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늘 나를 무시하는 듯한 얼굴로 스쳐 지나가는 게 내가 늘 무관심한 얼굴로 상대방을 대하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내게 함부로 말하고 거칠게 행동하는 것이 내가 늘 찌푸린 얼굴로 그들을 대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얼굴이 남의 얼굴에 물에 비치듯 비친다는 말이 그런 의미인 듯하다. 그래서 올 한 해는 고요한 내 자신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올 한 해 물같이 맑게 흐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높은 곳에서 시작하여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물이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낮은 곳을 택하여 흐르며, 흐린 것들까지 데리고 가 맑게 만들며 멀리까지 가는 게 물이기 때문에 그렇다. 넓은 곳에선 넓게 흐를 줄 알고 깊은 곳에선 깊게 흐를 줄 알면서도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가기 때문이다.
둥그런 그릇 속에 담기면 둥그런 모습이 되어주고 네모난 그릇 속에 담기면 네모난 모습이 되어주지만 그릇을 나오면 늘 다시 본래의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처럼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상선약소<上善若水>라 하지 않는가.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운 일도 없고 곤란한 일도 생기지 않고 내게는 모두 행복하고 기쁜일만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나만 맑고 고요하고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곤란함과 어려움과 시련과 상처가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그 고난을 딛고 다시 고요한 자신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워 몸부림치고 흔들리고 하다가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숱한 장벽 숱한 굽이굽이에서 만난 어려움을 물처럼 품어 안고 소리 없이 흐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여러분들도 우리 모두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책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도종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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