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다림영 2012. 1. 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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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우리나라를 다녀간 탁닛한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때론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것을 할 때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줄 때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행위 없음의 행위'라 부른다. 그것은 폭풍을 만난 작은 배 안에 있는 침착한 사람과 같다. 그는 무엇인가를  많이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뜰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라. 도토리나무는 도토리나무다. 만일 도토리나무가 도토리나무가 아니라면 우리 모두는 문제에 부딪칠 것이다.... 도토리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우리는 자신감을 얻는다. 여름 동안에는 그 나무 아래 앉아 시원함을 느끼며 휴식을 취한다.

 

우리는 안다. 만일 도토리나무가 그곳에 없고, 다른 모든 나무들도 사라진다면, 우리가 숨쉴 좋은 공기도 함께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우리는 또한 우리가 전생에 나무였음을 안다.

어쩌면 우리 자신이 한 그루 도토리 나무였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도토리나무에게 소리를 질러도 도토리나무는 화내지 않는다. 우리가 도토리나무를 찬양해도 그것은 콧대를 높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도토리나무는 하나의 진리이 몸이다.

 

 

도토리나무 한 그루를 보고 거기서 진리를 발견한다. 탁닛한 스님은 거기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삶이 있다고 말한다. 꼭 크고 거대화고 떠들썩한  일을 할 때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 그렇게 한 그루 나무로 있는 것만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열매를 줄 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기쁨과 평화를 얻는 아이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남에게 자랑할 만한 일, 드러내 보이고 싶은 일을 하지 않지만 숨쉴 수 있는 좋은 공기를 보내 주는 일만으로도 나무는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인 것처럼.

 

 

때론 허리에 도끼 자국이 박힌 상처 난 나무이거나, 지난해보다 열매를 많이 맺지 못한  부족한 나무일지라도 그대로 괜찮은 것이다. 부족하면 부족한 면이 있는 대로, 조금 덜 채워졌으면 덜 채워진 대로 이 모습 그대로도 괜찮은 것이다.

 

늘 자기를 자책하며 살지 말고 자기도 사랑하면서 살아야 한다. 자기에게도 너그러워져야 하고 부족함 속에 깃든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고 ,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의 모습을 아껴줄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완벽하려고 하고 완전해지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그건 욕심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고 최상이 박수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 마음을 가질 수는 있지만 모두가 다 최고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나뭇잎은 반드시 아래로 내려오게 되어 있다. 완전과 완벽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그건 신의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 충실한 삶을 살았는가 하는 것이다. 완전하려고 하지말고 오늘하루 충만했는가 물어보아야 한다. 열심히 살았는가, 성실했는가 이런게 훨씬 중요한 것이다.

 

인간의 삶은 싹이 돋을 때도 있고, 화려하게 꽃 필 때도 있으며 가득한 열매로 풍성할 때도 있지만, 그 열매를 갖고 있음으로 인해 몸에 돌을 맞을 때도 있다. 나뭇잎이란 나뭇잎을 다 잃을 때도 있지만 , 죽어가는 가지에 새 잎이 나는 날도 있다. 그때 그때 내가 도토리나무나 느티나무 아니면 소박한 찔레라도 괜찮은 것이다. 누구나 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것이다.

 

 

도종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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