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느 도사가 크다는 것이 무엇인지, 또 작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에 난데없이 솔개 한 마리가 막 생쥐를 채 가려는 것을 보았다. 그는 급히 달려가 솔개의 부리에서 그 작고 가엾은 생쥐를 빼내 주었다. 그러고는 숲속에 있는 자기 토굴로 데리고 와서 먹을 것을 주며 보살펴 주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수염을 꼿꼿하게 세우고 오두막으로 다가왔다. 요술이 능한 도사는 위험에 처한 생쥐를 사나운 고양이로 변하게 했다. 그런데 그 날 밤, 숲속에서 들개가 짖어 댔다. 가엾은 고양이는 도사의 침대 밑으로 재빨리 숨었다. 그러자 도사는 크기에 관해서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고양이를 큼직한 개가 되게 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에, 굶주린 호랑이가 숲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그 개를 보고 달려왔다. 다행히도 도사가 곁에 있었기 때문에 손짓 한 번으로 그 개를 잘생기고 늠름한 호랑이가 되게 했다.
그러자 그 호랑이의 으스대는 꼴이라니! 온종일 숲속을 돌아다니며 다른 짐승들 앞에서 우쭐대는 것이었다. 도사는 호랑이를 꾸짖었다. "너는 내가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을 하찮은 생쥐였다. 그렇게 우쭐거리고 다닐 것까진 없지 않느냐?"
호랑이는 창피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해서, 은혜도 다 잊은 채 도사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누구든지 날 보고 생쥐였다고 말하는 놈은 죽여 버리고 말겠다!"
그러자 도사는 말했다.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 냉큼 다시 생쥐가 돼라."
도사의 이 한 마디로, 우쭐대던 호랑이는 다시 겁 많고 보잘 것 없는 생쥐가 되고 말았다.
생쥐는 숲속으로 달아나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고, 도사는 여전히 앉아서 생각했다.
크다는 것, 그리고 작다는 것에 대하여....<인도우화>
먹고 살만해지고 매스컴이 발달하면 사람들의 생각이 단순해져서 여러 가지 유행이 생겨난다. 바야흐로 우리도 유행의 시대에 살고 있다. 노래나 의복만이 아니다. 사람들 팔자도 유행 따라 변한다.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탄생하고 졸지에 영웅이 출현한다.
스타나 영웅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아침에 지위나 신분이 바뀐 주위 사람들을 보며 황당한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꼭 제가 잘하고 잘나서만 된 것이겠는가?
불상을 싣고 가는 당나귀를 보고 길 가던 사람들이 합장하고 절을 하니까 당나귀가 괜히 우쭐해져서 까불다가 결국 매맞고 쫒겨 났다는 티베트의 우화가 주는 교훈을 새겨 볼 일이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스타나 망신당한 생쥐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
어느 늦가을에, 들에서 사는 생쥐 부부가 벼 이삭을 잔뜩 물어다가 굴 속을 꽉 채웠다. 그러고는 흐뭇해서 입을 못 다문 암쥐가 숫쥐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도 이제 개나 한 마리 키웁시다."<민담>
책 <행복한 마음/김정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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