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테드 케네디

다림영 2011. 8. 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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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8/30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지난 8월 25일은 전 미국 상원의원에드워드("테드")케네디가 사망한 지 2년이되는 날이었다. 무려 47년 동안이나 상원의원으로 활동한 그였지만, 우리는 그를 늘 그의 형들과 비교하며 고개를 흔들곤 했다. 하지만 2년 전 그가 사망했을 때 온갖 언론매체에 실린 추모의 글을 읽으며 나는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는 초지일관 거침없이 진보주의를 표방한 정치인으로서 평생 1만 5235번의 표결에 참여했고 무려 300개 이상의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추모의 글들은 이렇게 묻고 있었다. 솔직히 그의 형들이 한 게 무엇이냐고, 존 F케네디는 대통령직을 3년도 채 못하고 암살당했고, 그 집안에서 가장 비상한 두뇌를 지녔다는 로버트 케네디는 대선 기간에 암살당해 시작도 변변히 못해보고 떠났다.

 

막내인 테드 케네디는 숱한 추문과 악재로 인해 비록 대통령은 못했지만 미국의회사에 그만큼 엄청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거들먹거리며 살았을법한 그는 사실 가지지 못한 자들을 위해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려고 쉬지 않고 다른 의원들의 방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새파란 신참 의원들까지 찾아다니며 표를 구걸하다 여의치 않으면 협박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네가 이 건물에 있다보면 언젠가는 내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텐데 그때 보자"며 방을 빠져나오면 대부분 황급히 따라나오며 표를 약속했다고 한다.

 

죽음을 앞둔 병실에서도 그는 전화통에 매달려 살았단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다른의원들에게 전화하며 그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어느 추모사에는 글로 쓰기엔 좀 상스러운 이런 표현까지 들어 있었다. 미국 정치사에서 그보다 더 ㅁ낳은 일을 한 "다른 놈이 있으면 한번 나와보라.(Who the hellelse is out there?)"

 

거물 정치인인 그가 무엇이 부족하여 온갖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며 읍소와 협박을 거듭하고 살았을까? 그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신의 지위와 영예를 버릴 줄 알았던 정치인이다. 물론 인기가 있어야 표도 얻을 수 있는 것이겠지만, 정치인과 '인기인'은 엄연히 달라야 한다. 정치가 또다시 요동을 치는 요즈음 나는 우리 사회에도 진정한 정치인이 있는지 디오게네스의 등불을 들어올린다.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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