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그래, 나는 힘없는 民草니까

다림영 2011. 6. 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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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6월 28일

 

군대를 갓 전역한 초보 사회인이다. 최근 관공서에서 업무를 봐야 하는 일이 많았다. 사관학교 시절을 포함, 군 복무기간 중엔 거의 갈 일이 없었던 구청을 방문했다. 아직 미숙한 사회인인지라 약간의 긴장감을 덜려고 밝은 표정을 견지한다. 사무실 안에는 열댓명 남짓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다 '누군가 말을 걸어 주겠지?'하는 마음에 문 앞에서 차려 자세로 5분가량을 서 있었다. 그동안 구청직원들의 업무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분주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몇몇은 휴대폰을 서로 같이 보며 희희거리기면서도 민원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아 살짝 실망스럽다.

 

한참이 지나, 구석에 있는 직원에게 다가갔다. "도와주십시오" 다행히 적극적인 담당자를 만나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했다. 희비가 교차한 순간이었다.

 

이번엔 인터넷으로 처리한 민원결과를 얻기위해서 시청에 갔다. "민원결과를 확인하려 한다"고하자 , 담당자는 대뜸 "언제 했느냐?" 고 물어온다. "이틀 전에 했다"고 하니 "인터넷으로만 처리하고 전화학인을 안 하면 어떡하느냐!" 고 따진다. 담당자는 아직 접수를 못했다며 민원인에게 성화다. 그러면서 부랴부랴 접수처리를 해줬다. 10분도 채 안걸렸다. 공무원 직무편람 중 '인터넷 민원접수 확인'이라는 항목에낟 ㅡㄹ어 있음직 한 일을 가지고 민원인에게 짜증을 내뱉는 공무원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쾌적한 공간과 최첨단 시설, 사방이 유리로 된 최신식 시청 건물이 부끄러웠다.

 

시청을 나오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한 중견 간부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동료들이 내리고 엘리베이터에는 나와 둘만 남았다. 그가 나를 뚫어지게 보기에 멋쩍은 마음에 가볍게 목례를 했다. 받는 둥 마는 둥 그는 곧 엘리베이터를 떠났다.

 

세무서에 갔다. 간단한 업무를 마치고 신규사업자가 주의해야 할 사항을 물었다. 창구직원은 저쪽에 가서 물어보란다. 저쪽에 가니, 집에가서 안내 팸플릿을 잘 읽어보란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불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가 겪은 관(官)의 공통점은 민원인에게 먼저 말 거는 사람이 없고, 먼저 인사하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그 공무원들을 꾸짖지 못한다. 혹여 그들의 눈에 잘못 들면 안되는 나는 민초니까. 그래도 다행이다. 은행직원은 내게 웃으며 말한다.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정광주-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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