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따뜻한 밥 한그릇/김사인글. 신철균사진/큰나

다림영 2011. 2. 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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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지고 싶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추웠는지 알수가 없고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냥 따뜻한 아랫목에 발을 넣고 아무것도 아닐수 있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마냥 웃고 싶었다. 시간에 쫒겨 오정희님의 소설을 고르는 것은 뒤로 미루고 따뜻한 책 을 품에 안았다. 따뜻한것은 따뜻해서 금새 읽혀지나보다. 저 밑 어디서부터 따뜻해져오는 온기를 느끼며 명절을 맞는다. 일찍 몇가지 전을 부쳐놓고 출근을 했다.

햇살은 더없이 눈부시고 온기도 이루말할수 없이 좋기만하다.

이 책은 훌쩍 어디론가 떠날때 손에 들렸으면 참 좋겠다. 짧막한 단편의 산문들이 마음을 편하게 하기도 하지만 깊은생각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사소한 풍경에서 그러한 일들에서 따뜻한 밥 한그릇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어쩌다 한장 이러한 사진이 한장씩 실려있다. 좋은글이 가슴에 오래 담겨있기도 하지만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보는이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이러한것 때문에 사진가들은 그렇게 길을 나서나보다.

 

본문 중에서

 

마음의 응급처방

 

"어떤 분들께는 한 주가 참 알차고 또 충분히 넉넉해서 길다고도 느껴질 것입니다. 그런데 저처럼 별로 한 게 없는 이들은 '아이쿠 벌써 주말이구나'하고 후회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입춘도 지나고 곧 우수라는 소식이며, 오후부터는 날이 풀릴 거라는 소식을 들으며 오늘은 왠지 제 사는 모양새가 까닭없이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손톱을 깎았습니다.

 

별 생각없이 '세월 참 잘 간다"이렇게 체념조로 말을 던지다가도 생각해보면 입맛이 써질 수밖에 없는 게 아마도 세월엗 ㅐ한 대다수 서민들의 감회일 것입니다. 아이들 큰 탈없이 잘 자라주어서 고맙고, 부모님과 동기간 모두 그럭저럭 계셔주니 고맙고, 또 제 자신도 몸 그런대로 성해서 들고 다닐 만하니 고맙다고 스스로 자위도 해보긴 합니다.

 

어떻든 마음이 이상하게 허망해지고 가슴 한쪽에 찬바람 지나가는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여러분은 어떤 응급처방들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혹여 이런 게 갱년기 증상일까요? 아니면 봄맞이 몸살인가요? 한걸음 한걸음 공들여 가까운 산길을 좀 걷거나, 가까운 법당에 가서 백팔 배라도 올려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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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응급처방은 모짜르트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그냥 어디든 걷는 것입니다. 그렇게 따뜻한 햇살 아래 무작정 바람과 함께 걷다보면 처음 발을 내디딜때의 무거움은 사라지고 치유되는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모짜르트를 듣다보면  물 속처럼 평온해지는 나를 발견합니다. 항상 그렇게 정해 놓아서 그런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울함의 그림자가 걷잡을 수 없을때면 문득 다 놓아버리고  음악속에서, 하염없는 길 속에서 내가 아닌듯이 세상을 바라봅니다.  시간이 조금씩 내 곁을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금새 ' 난, 죽지도 않았잖아, 다 지나가는 것들이야' 하고 웃을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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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으로는 날이 많이 풀렸습니다. 팔다리의 오금이 좀 펴지는 느낌이고, 덩달아 마음도 좀 헤퍼질 것 같은 날씨입니다. 골목 틈틈이 또 건물 모퉁이 흙이 있는 틈새로 심심찮이 파란 싹들이 비칩니다. 봄에 생기는 반가운 일들 중에 하나입니다.

 

낮에는 괜히 수첩 뒤적거리면서 겨울 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들한테 연락해보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었더랬습니다. 이것 역시 마음 헤퍼지는 증세 중 하나인가 싶습니다.

 

아침 출근길에는 제가 내리는 지하철역에서 또 한 가지 반가운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늦가을까지 자주 뵙던 할머니 한 분을 겨울 지나고 올 봄 들어 처음 다시 뵈었습니다. 강낭콩이며 채소며, 또 냄비 꼭지 같은 것들을 좌판에 내놓고 파시는 할머니이신데, 너무 반가워서 '할머니!' 소리가 입 밖으로 달려 나올 뻔했습니다. 물론 그 할머니께선 저를 아실리가 없습니다.

 

오늘은 쑥갓이며 냉이며 달래며 봄나물들을 올려놓고 다듬고 계셨는데요, 이번엔 전에 없던 다슬기가지 한 대야 곁에 갖다놓으셨습니다. 제 딴에는 속으로 얼마나 반갑게 인사를 드렸는지요. 지난해 보다 더 건강해 보이시는 것도 좋았습니다.

여러분께도 좋은 봄날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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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늘은 봄 같기만 합니다. 온통 문을 활짝 열어놓고 그 기운들을 만끽해 봅니다. 설 전날인데도 추운기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너무 오랫동안 추위에 갖혀서 모든것이 얼어붙어 몸도 마음도 꼼짝없이 얼음이 되었더랬습니다. 그러고 보니 입춘이 내일모레입니다. 세상에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긴시간이 겨울일리가 없습니다. 기지개를 폅니다. 창가로 쏟아지는 햇살아래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어봅니다. 내가 막 자랄 것 같습니다. 두팔에, 어깨에 나뭇잎이 푸르게 푸르게 돋아날 것만 같기도 합니다.  문을 활짝 열어놓았듯  마음의 창도 활짝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어디선가  향긋한 봄의 향기가 전해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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