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8/5 목
一事一言
저는 특별한 일이 없을 땐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사람들의 표정, 행동을 보며 여러생각을 하게 되고 그 안에서 얻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 요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정류장에서였습니다.
새벽요가를 갔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은 출근시간, 사람들의 얼굴은 너무나 지쳐 보였습니다. 서울 강남역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테헤란로의 직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정말 지옥행 열차를 타는 사람들의 표정 같더군요.
버스를 5대나 놓치면서 집착이 생겼습니다. 한 명만, 딱 한 명만, 웃어주는 사람을 찾겠다고 결심했죠. 그러나 끝내 못찾았어요. 짜증나는 얼굴, 무표정한 얼굴, 울상인 얼굴, 딱 이 세종류의 표정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 웃는 사람을 찾으려는 저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들보다 더 못된 표정을 짓는 제가 너무 한심하더군요. 그래, 이러고 있지말고 내가 먼저 웃어보자.
그때부터 제가 웃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이 약간 이상한 여자, 아니면 처음 사랑에 빠져 가만히 있어도 애인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는 여자처럼 실실 웃었어요. 처음에는 아무도 쳐다보질 않더군요. 그런데 그 다음에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 중 저와 눈이 마주치는 ㅅ람들은 저를 보며 미소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기뻤습니다. 연지를 잘해냈을 때의 희열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저의 집요함은 계속되었습니다. 간혹 정말 이상한 여자 보듯이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미소도 지어주시고 아이처럼 웃어주셨어요. 감히 말하자면, 남을 웃게 해 주는 기술은 그리 어려운것이 아닌 거 같아요. 오늘 딱 한 번만 웃어주세요. - 배우 류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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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자주 들여다 보는 요즘이다.
혹여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이유다.
좋은얼굴 그저 바라만 보아도 상대방이 편안해지고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내가 되기위해 애를 쓰고 있다. 도무지 웃을일이 없고 사방이 어둡다.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웃음을 잃게 되고 만다.
그래도 웃어야 한다는 진실을 알기에 오늘도 거울을 보며 '김치', '치즈' 를 때마다 하는것이다.
길을 걸을 때도 입꼬리를 올리고 눈에는 웃음을 가득 채우며..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른 먼날 그때 나는 참 좋은얼굴로 누군가에게 환한평화를 안겨줄지도 모른다. 또한 마음에 눌러앉은 부정적인것... 하나씩 둘씩 도망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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