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오빠 , 그거 걸레 아냐?"

다림영 2010. 7. 3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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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7/30 一事一言

 

몇 년전 여자친구와 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나와 여자친구는 각자 수건 하나씩을 준비했는데, 내가 갖고 온 수건을 보고 여자친구가 말했다. "오빠, 그거 걸레 아냐?" 멋쩍게 웃으며 "잘못갖고 왔다"고 이야기 했지만 사실 그건 집에서 쓰던 수건이었다.

 

 

닳고 닳아 얇았던 우리 집 수건과 달리 여자친구의 수건은 호텔에나 있을 법한 , 보풀이 풍성하고 색도 선명한 새 수건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욕실의 수건들을 확인하니 대부분의 수건에는 세월을 짐작할 만한 흔적들이 인쇄되어 있었다. '1998년 4월 5일 서산향우회 단합대회 기념' '축! 1995년 2월 21일 이아름 첫돌' 같은 문구들이었다. 여자친구의 말을 돌이켜 생각하니 나를 비웃었던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어머니에게 장롱속에 있는 선물받은 새 수건을 꺼내 스자고 이야기 했다가 보기 좋게 묵살당했다.

 

 

이유는 아직 '멀쩡' 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늘 또래 친구들에 비해 용돈이 풍족했다. 중학교 때에는 반에서 유일하게 컴퓨터를 갖고 있었고, 자전거나 시디플레이어 같은 것도 부모님에게 며칠 조르면 쉽게 가질 수 있었다. 적어도 내가 살아온 날들 속에서 우리집은 부잣집이었다.

 

얼마전 아버지가 고모부와 함께 만원짜리 여행을 다녀오셨다. 목포쪽 어디를 점심 포함에서 단돈 만원에 다녀올 수 있다기에 가셨는데 알고 보니 필요없는 물건을 잔뜩 사야 하는 사기였다는 것이다. 그날 밤 세수를 하고 물기를 닦다가 글자가 거의 다지워져버린 수건을 발견했다. 어쩌면 부모님은 단 하루도 부자로 사셨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닐까?

 

-조한웅 '낭만적인 밥벌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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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을 것이다. 단 하루도 부자로 사신적이 없으셨을 것이다.

 

난 세 아이의 부모다.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왠만하면 들어준다.

그렇다고 다른 보통의 사람들이 해주는 것의 절반도 미치고 있지 못하지만

내 능력의 한도에서는 가급적 해 주려고 노력한다.

힘에 부쳐도 조금은 빚을 져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정말 이를데 없이 가난한 것이다.

구두도 바지도 가방도 그 무엇도..

어느것 하나를 돌아봐도 새것하나없고 기본이 십년이고 도무지 봐 줄것이 없다.

 

 

얼마전 큰녀석이 휴가나와 불현듯 기타를 사달라고 했다.

딱잡아떼고 안사주어도 되지만 녀석이 국민의 의무를 지키고 있는데 시간날때

무언가 배워보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생각할 것도 없이 나는, 엄마는 어렵지만 사줄께 하고 손에 들려 보냈다.

 

녀석은 또 8월에 휴가를 나온다들었다.

아마 그때도 분명 손을 벌릴 것이다. <엄마가 어려운 것을 알기에 미래에 '갚겠다' 라고하면서..>

이 신문을 스크랩 해두었다가 녀석의 부탁을 들어주기 전에

보여주어야 하겠다. 녀석은 알고 있으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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