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삼계탕집에서/박승류

다림영 2010. 8. 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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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집에서/박승류-


널찍한 홀에는 식탁마다 왁자하게
땀 흘리며 파닥거렸을 하루가 자리 잡았다
식탁 위에는 뚝배기가 펄펄 끓어오르고
군침이 꿀꺽, 주변을 물들인다
발가벗겨져 사지 잘린 주검
하루거리 한달거리로 생산을 게을리 한
생전의 죗값 치르는 건 아닌지
대체 내 몸이 왜 이리 뜨거운지 모를 일이다
소금만으로 부족하여
기름 접시로 마늘 접시로 끌려다니며
고문당하는 닭똥집은, 퍼렇다 못해 시커멓다
식탐으로 가득 채워지는 식탁에서
괄약근의 수난이 더 눈길을 잡아당기는데
조이고 살아왔다는 죄목이 아닐까 해서
쭈뼛쭈뼛해지는 것도 잠시
잠그지 않으면 대오에서 낙오되고 말 것이라며
홀로노인 소녀가장 지워버린 것은 아닌지
이번 여름에도 다행히
몸 보(保) 하는 무리에서 낙오되지 않았다는
잔 부딪는 소리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 소리 사이로, 슬그머니
소주 한잔에 망각의 몸이 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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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덥다.

삼계탕집에는 가지 못해도

싸고 좋은놈 두마리 사서  삼은 없어도

마늘 잔뜩 집어넣고 팔팔 끌여야 하겠다.

식구들과 이마 훔치며 먹다보면

그리고 술 한잔 기울이면

조금 기운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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