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이 순간/피천득

다림영 2010. 7. 2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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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간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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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잊었던 감사를 찾아야 하리.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나의 평범한 일상은

오늘 죽어가던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임을 기억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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