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사색

오늘도 벚나무 길을 걸으며

다림영 2010. 4. 14. 12:35
728x90
반응형

 

 

 

4월엔 원없이 벚나무 길을 걸으리라

공사를 하건 아니건

가지못하게 길을 막아놓았건 말건

4월엔 조그만 꽃잎이 다 떨어질때까지 이 길을 걸으리라.

 

 

 

개나리 예찬

 

개나리는 꽃이 진 다음 잎을 피운다 샛눈을 뜨고 여기저기 눈치를 보면서 좀 이상한 애다 남들처럼 똑같이 안한다 봄 하면 제일먼저 노란개나리를 생각하게 되는데  지천에 널려 있어 그러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각별하게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개나리는 다른꽃들과는 사뭇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엊그제  남동생을 둔 세살짜리 여자아이처럼 생떼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개나리를 다른꽃들은 감히 따라하지 못한다 우리가 그저 그렇게 오늘을 걸어가듯 다른길을 감히 생각지 못하듯 그러고 보면 개나리는 정말 대단한 꽃이 아닐 수 없다  개나리를 이 봄에 만날 수 없다고 가정해 본다 기나긴 겨울의 끝 제아무리 세상의 모든 꽃들이 환하게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고 해도 개나리가 피지 않으면 나는 결코 봄이 왔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벚나무 둘레에 뭘 두를 모양이다. 시멘트로 된 것이다...  그냥 놓아두면 안돼는 것일까 ...

 

 

 

오늘도 찬바람을 밀어내고 벚나무 길을 걷는다  조그만 꽃잎들을 올려다 보면서 어서빨리 날씨가 따뜻해지기를 바래보면서 세상을 온통 그 빛으로 물을 들여주기를 기대하면서 내 인생이 그렇게 꽃잎으로 분분하기를 기원하면서...

 

 

언젠가는 보온병에 커피를 타서  분분한 낙화 속에 벤취에 앉아 있어야 하겠다.

'분분한 낙화'...

생각만 해도 벅차오르는..

 

落花/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 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 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반응형

'풍경과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새 물찾아 날아들다.[동영상]  (0) 2010.08.01
벚꽃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  (0) 2010.04.16
3월의 눈  (0) 2010.03.18
3월 중순이 되어가는데  (0) 2010.03.10
산에 오르며  (0) 2010.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