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시조속의 생활 생활 속의 시조/신연우

다림영 2010. 3. 11. 15:12
728x90
반응형

 

 

 

본문 중에서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꺽어 산<算>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주리여 매어가나

유소보장에 만인이 울어 예나<유소보장;오색으로 아름답게 꾸민 상여>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 숲에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쓸쓸히 바람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파람불 제<잔나비 파람;휘파람>

뉘우친들 무엇하리- 송강 정철<장진주사>

 

 

'꽃 꺾어 산 놓고'라는 말은 한 잔 마실 때마다 꽃을 따서 술잔의 수량을 본다는 것이다. 얼마나 마셨나 확인하고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 하나의 풍류이다. 원래 '산'이란 것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계산을 하기 위하여 사용하던 나뭇가지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술 마시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무슨 이익을 바라서이겠는가? 이익없는 짓을 골몰히 하는데 풍류가 있다. 그 소용없는 짓에 그냥 나뭇가지가 아니라 꽃가지가 쓰였다.

 

꽃이란 무엇인가? 산문적인 사람, 계산에 밝은 사람에게는  먹고사는 것이 아님, 생활의 구차스런 흔적을 전혀 보이지 않음. 그저 보기에만 좋음이라는 함의를 띌 것이다. 무지개와도 같이  생활에 전혀 쓸모라고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무지개를, 꽃을 쓸모로 가눌 것인가? 시를 보는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현대시에서도 미당같은 시인이 쓴 '무슨꽃으로 문지르는 사람이기에/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라는 시구를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

 

 

그 꽃으로 산 놓고 술을 마시자는 것은 그래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뜻이 된다. 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가? 삶이란 허망하기 때문이다. 부질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살았을 때 얼마나 고귀하고 부유하고 가난하고 천했던지와 아무 상관없이 , 모두 싸잡아서 허망한 것이다. 지게 위에 거적을 덮여서 공동묘지로 가나 화려한 상여에 많은 사람이 울며 따라가는 초호화판 장례식을 거쳐 삼백 평 무덤에 들어가나 다 부질 없는 것이다. 그 허망한 것에 마음을 붙이고 살기에는 삶에 관한 애착이 너무 강한 것이다. 그 허망함을 잊고자 송강은 술을 마신다...

 

 

------

 

 

예나 지금이나 죽음에 이르러서는 모두가 허망한 것이다.

문득 선인들의 시조를 들여다 보며 새삼 고개를 끄덕였다.

여건이 된다면 시조공부를 하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할까

아니다 가끔 들여다 보아야 하겠다.

멋스러운 옛 풍류객처럼 세상 다 잊고 그렇게 술한 잔 앞에놓고..

후..

생각만 해도 근사하다.

이런시절에 맞기나 한 소리일까 싶긴 하지만 ...

 

읽을 수록 감칠맛이 묻어난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사 그렇게 체념하며

글 한 수 지으며 자연을 벗하고 살 수만 있다면...

 

옛사람이 된듯 마음이 자연으로 돌아가는듯도 했다.

 

..

 

어쩌면 한낮이 이리도 고요할 수 있는가

머릿속엔 들어가야 할 돈의 숫자들이 춤을 추네

그러거나 말거나 옛시조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세상 모질게 살 이유가 하나도 없다네

..

그냥 더딘 오후 이렇게 마음 내려보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