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각트의 가벼움/최이안

다림영 2010. 1. 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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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

인간, 인간들

 

"슈퍼마켓에서 앞사람이 카트를 조금만 뺀 채 아이를 태우느라 가로막고 있다. 야채 진열대 옆에 서 있는 남자는 어묵 고치를 먹으며 꼬챙이 끝이 옆 사람을 찌를 정도가 되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흘리거나 다른 사람 옷자락에 묻혀도 엄마는 모른다. 여자들은 과일 고르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어깨 싸움을 벌인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앞사람을 손으로 밀치거나 발을 밟는 일은 예사다.'

 

 

중.고교 시절의 만원버스 안에서는 책가방을 손에서 놓아도 바닥에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상황에서는 성추행범이 따로 없었다. 서로 밀착하고 비벼야 했다. 여자이기를,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탈 수 없는 버스였다. 체면과 가식을 불허하는 공간에서 인형이나 옷가지 취급을 받으며 휘둘리다 버스에서 내리면 돌아온 정신이 낯설 정도였다.

 

 

인구가 과밀한 곳에서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동물은 일정 면적 안에서 종족의 숫자가 너무 불어나면.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이 없다하더라도 생존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한다.

 

 

쥐를 창고에 넣고 먹이를 넣어주면 숫자가 늘다가도 얼마후 가장 많았을 때의 1/3정도까지 숫자가 즐어든 다음 다시 증식을 시작한다는 결과가 있다. 증식과 감소를 반복함으로써 일정범위 이상의 증식은 불가능한 셈이다. 죽은 쥐를 해부하면 내분비 계통의 이상이 발견되는데 이는 항상 돌료와 맞부딪쳐 놀라거나, 동료의 냄새나 소리에 신경이 쓰여 발생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도시화, 산업화가 빚어낸 인구 밀집 현상으로 인해 도시인은 알게 모르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모르는 사람과의 육체적 부대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아는 사람과의 심리적 마찰로 인한 스트레스 보다는 낫다. 이런저런 연관을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유지하는 일은 보통 어렵지 않다.

 

 

동년배와는 경쟁의식을 해결하고, 윗사람에게는 나이 대접을 해주고, 아랫사람에게는 베풀어야 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이 중 어느 곳에서도 삐걱이면 안된다.

 

 

사람들이 남의 성격을 헤아려 이해해주는 경우는 드물기에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회사나 가정생활에서도 정작 힘든 것은 일이 아닌 인간관계다.

이성은 감정보다 느리게 반응한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기 이전에 감정적 동물이기에 말초적 신경전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여러 사람이 참석한 모임에 갔다 오면 지치는 것도 육체적 피로보다는 숱한 시선과 예의를 의식하느라 신경을 소모시키기 대문이다. 그럴 때는 눈을 감고 무인도를 떠올려 본다.

 

'Cast auay'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한다. 그는 같이 떠밀려 온 윌슨 회사의 배구공을 윌슨이라고 부르며 사람에게 하듯 말을 건다. 그는 무인도에서의 삶을 절망이자 죽음으로 여기며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한다.

 

 

얼마후, 윌슨과 함게 뗏목을 타고 섬을 떠났던 그는 파도에 휩쓸려가는 윌슨을 바라보며 울부짖는다. 사랑하는 여인을 다시 만나고자 하는 것만이 그의 탈출동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에게 타인과의 교류가 없이 혼자 존재하는 것은 존재 하지 않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극적을 구조되어 연인을 찾아간 그는 그녀가 결혼했음을 확인하고, 이번에는 무인도가 아닌 사람들 속에 혼자 남은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들과 부대끼면 혼자 있고 싶어지고, 혼자 있으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인간이다. 무인도에서의 생활에 어느정도 적응이 된 뒤에도 탈출을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모여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주인공이 무모한 탈출보다는 그냥 무인도에서 만족하며 살다 죽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내가 가끔 상상의 무인도를 그리는 것도 내 곁에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현실로서의 무인도와 나의 현실도피용 무인도가 같을 수는 없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는 '사람'이라는 뜻 외에 '세상'이란 뜻도 지니고 있다. '사람과의 사이'가 모여 '세상'이 되는 것이다. 사교적인 사람은 사람들과의 사이를 활성화시켜 세상을 더 세상답게 만든다. 그러면 비사교적인 사람은 세상에 덜 공헌하는 셈일까.

 

 

타인과 공간적 심리적 거리를 어떻게 조율하느냐는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사람과의 사이. 인간과 인간들에 대해 더 곰곰이 생각해 보기 위해 나는 또 무인도로 간다. "

 

 

윤재천:

수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과 배려다. 애틋한 마음씀이 수필의 생명이며, 그가 보유해야 할 근본적 가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초적 진실이다. 모든 것이 이에 집중되어야 한다. 억지로 만든 가공의 진실은 어느 누구도 감동시키지 못한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버려지고 만다.

 

그것은 감칠맛이 나지 않는 음식은 아무리 좋은 재료를 병합해서 만들어도 한쪽에 놓여졌다. 이내 버려지는 경우와 다르지 않다. 그런것은 요리사-작가 자신에게만 소중한 것일 뿐, 모두의 이야기가 되거나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의 부리나 열매가 될 수 없다.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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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면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외롭고 쓸쓸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혼자 노는 법을 익히다 보면  여럿이 모여 즐거운것이 오히려 낯설어진다.

나는 혼자가 좋은 사람이다. 혼자서 즐거웁기를 날마다 생활하고 있다.

 

가벼운듯 집어든책 

그러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어제처럼 오늘도 힘든 출근전쟁을 치르고 앉아야 했다.

세상은 꽁꽁 얼어붙었고 손님은 두문불출이다.

 

아주 오랜옛날의 내가 떠오른다.

아버지는 언제나 소주를 드셨다.

소주병은 우리집 담벼락한켠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방학이면 그 병 몇개를 안고 나는 만화가게로 달려갔다.

얼어붙은 신작로 길 미끄럼을 타면서..

햇살이 잘 드는 마루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만화책을 뒤적이곤 했다.

혼자 희죽이면서...

 

그때의 내가 떠오르는 요즘이다.

따뜻한 난로옆에 서서 책장을 넘기는 일이 종일이다.

어쨌거나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시간날때마다 부자가 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 별 수가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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