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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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떤 일이든 이미 지나간 일을 회상하는 것은 언제나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좋은 일을 회상하면 삶의 보람을 느끼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고, 나쁜 일을 회상하면 옛일을 교훈으로 삼아 똑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 내게 아흔다섯 이라는 고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 난 좋지도 싫지도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건 자의에 의한 일이 아니기에. 그저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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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는 한평생 펜을 놀리며 살았으므로 지금도 이 펜으로 세상 만물의 조화를 노래하면 된다. 세상에는 칭송하고 찬양할 것이 너무도 많다. 이 아름다운 것들을 모두 찬미하려면 95년을 다 써도 모자람이 있다. 내가 더 길게 살기를 바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흔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오늘, 내 나이에 또 한살이 보태졌다. 나는 또 한 해를 죽은 것이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는 또 다시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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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디 말도 한 마디 말보다 못할 수 있기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겠다. 늙었다고 해서 실의에 빠져 두 손 놓고 있는 건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니다. 우리 노인들이 일을 그만 두기엔 아직 세상은 너무도 넓다.
외나무다리를 지나고
불화산을 뛰어넘고도
아직 호방한 기세는 여전하구나.
미소를 머금고 아흔셋의 나이를 칭송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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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학자 천한성 선생이 100세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인민 대회당에서 생신 축하연을 열어드렸다. 그의 눈은 이미 몇 년전에 빛을 잃었고, 건강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분이 수연에서 처음 한 말은 바로 다음과 같다.
"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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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이 죽기 전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너무도 잘 안다. 마음이 이상할 만큼 평온했다. 왜 그토록 마음이 평온했는지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숙모님과 더화도 내 심경에 변화가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난 나 자신에게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미 생사의 오묘함에 통달하고 생사의 고비를 넘겻다는 사실에 흐뭇했다. 그정도면 자기 수양이 되었다고 자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구리가 황금이 될 수는 없는법. 30여 년이 흐른 오늘, 턱 안쪽에 난 작디작은 물집 몇개로 나의 진면목이 폭로되고 말았다.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그날 저녁 내가 보였던 행동은 그저 빕정상적인 히스테리 폭발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아흔이 훌쩍 넘었지만 인생에 완전히 초연해지려면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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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평범한 줄만 알았네'
짧은 한 마디지만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감정이 들게 하는 말이다. '옛날'이라는 것은 과거의 특정한 단계를 의미한다. 그 단계에 있을 때는 자신이 사는 게 평범하다고 느꼈는데 10년, 20년, 또는 더 긴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생각해보니 옛날의 생활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즐거웠던 과거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곤 한다. 노인의 경우는 특히 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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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왜 과거를 그리워하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자세히 분석하려 들지 않겟다. 그건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에 너무 자세히 분석하려고 하면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 버린다. 내가 지금 나 자신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현재의 생활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다. 지금도 '현재'도 몇 년이 지나면 '옛날'이 될 것이니, 그때 가서 또 지금을 그리워 하지 않을까?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난 지금 병원에서 최고급 대우를 받으며 지내고 있기 때문에 불만스러운 부분이 없지만, 진지하게 그 같은 질문을 한다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것이다. 아마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옛날엔 평범한 줄만 알았네"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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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새 친구들은 대부분 서예가나 화가, 시인 , 작가, 교수인데, 우리 사이에는 진실한 우정외에도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담박함이 흐른다.
난 친구 사이에는 인연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인연이 있는 친구는 처음 만나도 오래 사귄 벗과 같아서 뭐든 숨김없이 이야기 하고 , 안 만나면 보고 싶고 만나면 마음이 척척 맞는다 . 내게 친구란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다. "살면서 자신을 알아주는 지기知己를 한 명만 사귀어도 족하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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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가 이 네가지 우정에 대해 긴 지면을 할애하며 자세히 설명해 놓았지만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고 '애정'에 대한 몇 마디만 인용하겠다.
애정은 일단 우정의 단계로 들어서면, 다시 말해 뜻이 맞고 의기 투합하는 단계로 들어서면 곧 사그라진다. 애정은 육체의 쾌락을 목적으로 하며, 한 번 쾌락을 맛보고 나면 도저히 돌이킬 수 없다. 반대로 우정은 원하면 원할 수록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다만 우정은 얻은 후에 비로소 더 커지고 발전한다. 우정은 정신적인 것이어서 영혼까지 따라서 정화되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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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로빈스는 말했다. "당신 삶에도 겨울이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얼어죽고, 어떤 사람은 스키를 탄다. " 가슴속까지 시린 겨울날 그대로 얼어죽느냐, 아니면 추락하는 것마저도 즐기며 스키를 타느냐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자신의 마음가짐과 자신을 단단하게 해줄 조력자에게 달려있다. 우리보다 몇 번의 계절을 더 보낸 인생의 선배들은 우리에게 스키를 타는 법과 겨울을 즐기는 여유를 알려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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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년만의 폭설로 집으로 돌아갈 그 시간에도 세상은 아침과 같이 질서를 잃고 있었다. 전철은 긴 시간 나타나지 않았고 한참 만에야 모습을 드러냈지만 두 정거장을 갔을때 문이 얼어 작동이 되지 않아 더 이상 갈 수 없었고 다시 다음 차를 기다려야 했다.
나는 기다리는 시간동안 악착같이 책을 넘겼다. 부들부들 떨면서 .. 그러면 시간이 조금더 빨리 갈 것이라고 믿으면서....
28센티미터의 부드러운 눈 때문에 모든 것이 마비되어 버린다는 것을 생각하니 예감할 수 없는 미래 어떠한 재난으로 우리는 헤매게 될까 하는 생각들이 조수처럼 밀려들었다.
덕분에 하루에 다 읽은 책이었으나...
이책의 지은이는 95살이 되신 중국의 학자이다.
굉장한 일이다.
그는 구순의 나이에도 글을 집필했고 얼마남지 않은 인생길을 예감하지만 10년후 '나이 백살을 맞으며' 라는 글을 쓸 때도 멀지 않았다고 했다.
늙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이다.
작년과 올해가 또 다른 모든 것을 생각할때 두렵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구순의 나이에 이렇듯 청춘의 힘으로 생을 이끌고 가는 선생의 열정을 기꺼이 본받아야 할 것이다.
나의 집에는 이제 81살의 시아버님이 계시다. 그분은 약간의 치매가 있고 이런저런 합병증으로 문밖 출입을 하지 못한다. 나는 그분과 이십사년을 함께 살아왔다. 그분의 젊은날을 돌아볼때 병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생활이었다.
지금도 그분은 먹는 것 앞에서 정신을 잃고는 한다. 온통 먹는것에만 신경이 가 있다. 마치 3살 어린아이같은 행동 뿐이다.
술과 담배를 자신의 굉장한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나는 가끔 묻는다.
'아버지를 보면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
평균수명이 길어졌다고 좋아할일은 결코 아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으나 건강하지 못하며 오래 산다는 것은 자손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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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노후를 아름답게 영위하려면 지금의 생활이 굉장히 중요하다. 젊은날은 언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어느순간 후회하면 이미 늦게 되는 것이므로.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한 지혜로운 질서를 지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흔을 넘기신 박학다식하신 선생도 인생에 있어서 완전히 초연해지지 못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의 소망은 세상속에서 세상밖으로 나와 세상을 바람처럼 바라보게 되는 일이다. 끊임없는 독서만이 그 길을 인도 할 것이라 믿는다. 내가 아흔을 바라보게 된다면 아마도 그때는...
노년을 아름답게 사는 이들의 책을 자주 접해야 하겠다. 지혜로움이 보물처럼 들어있는 그 책은 우리 험난한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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