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은 플라토닉 러브를 형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그 그림위에 '사랑은 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쪽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생텍쥐베리의 글귀가 쓰여있다.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두 개의 기찻길이 그러는 것처럼 시간을 많이 들여 어린왕자와 관계를 맺으며 길들이는 과정을 거친다.
기찻길은 나란히 함께 한다. 나란히 함께 간다는 말에는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럼으로써 때로는 나의 존재를 조금 변형시키거나 상대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전제가 숨어 있다. 나란히 함께 가고 있는 바깥 모양은 평화롭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전제에는 아픔이 따른다. 우리는 아픔을 겪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는 그냥 놔둔 채 상대가 나에게 맞추어 주기를 바란다.
플라토닉 러브에는 서로 조율하고 맞추어 가는 과정의 아픔이 들어 있다. 그래서 플라토닉 러브의 방식이 부담스럽다.
플라토닉 러브 하면 보통 정신적인 사랑으로 알고 시시하게 여긴다. 만약 이분법으로 '플라토닉 사랑을 하고 싶은지, '에로서적인 사랑을 하고 싶은지'를 묻는다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로스적인 사랑'을 하고 싶다고 답할 것이다.
왜 그럴까?플라토닉러브에는 에로스적인 사랑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플라토닉 러브는 스스로 지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부족함을 채워가기 위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조율하고 조화를 이루어 가고자 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방식이다.
삶을 함께 철학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어 조금 건조한 사랑으로 비쳐져 몸의 사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단지 정신적인 사랑을 우선하는 가운데 에로스적인 사랑을 조금 뒷전으로 밀어놓은 것 뿐이다.
긴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플라토닉 러브이다. 아니, 우리 삶의 모습을 높은 곳에서 먼곳에서 바라볼 때 그 과정 자체가 플라토닉 러브이다. 에로스는 그 안에 포함되어있다.
반성하고 성찰하지 않는 한, 에로스적인 사랑은 순간에 지쳐 쓰러지고 만다. 그걸 일으킬 수 있는 힘을 플라토닉 러브는 가지고 있다. 그 힘에 기대 있을 때 사랑은 빛난다.
아침 저녁 기온차가 많이 나는 곳에서 그걸 견딘 과일이 단맛이 나고, 밀물과 썰물의 물때를 잘 견딘 물고기가 차지고 맛있다. 사랑의 물때를, 사랑의 기온차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랑 그리고 108번뇌를 다 안을 수 이을 만큼 넓고 깊은 사랑이 플라토닉 러브이다. 그럴 수 있는 유일한 그릇이다.
나란히 가다가도 어느 시점에서는 X자로 교차되기도 하고 합쳐진 채 한참을 달려가기도 하는 기찻길의 모습은 플라토닉 러브를 보여주는 훌륭한 그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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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그 말만 한마디만으로도 나그네가 될 것 같다.
정처없이 길을 나서고 싶은 요즘 눈에 들어오는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역사의 고즈넉한 모습과 주변의 풍경....
책 한권으로 길을 나서며 가슴이 출렁거린다.
이책이 나온지가 어느새 4년이 넘어간다.
그러고 보면 없어진 간이역도 있겠다.
가보고 싶은 곳들..
어느날 불현듯 베낭을 메고 새벽같이 기차를 타고 마음내리는 곳에서
무작정 내려보는 그러한 여행을 나는 꿈꾸어 본다.
9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곧 가을이다.
그 설렘으로 벌써부터 마음벌판엔 찬바람이 분다.
친구가 제주도 비행기표를 끊었다.
드디어 우리는 예약을 한 것이다.
10월이면 나는 올렛길을 밟게 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제주도의 바닷바람이 온몸으로 스며들고 있다.
여행!
어느여행이든 길 나서는 자의 마음은 자연과 하나가 되리라.
나는 또 이가을에 또 다른 무엇을 느끼며 진화할 것인가?
눈부신 어느 여행의 나날을 꿈꾸며 표지가 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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