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연탄길2/이철환

다림영 2009. 3. 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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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꽃씨

 

선생님은 따뜻한 봄이되면 학생들에게 꽃씨를 나눠 주었다.

"이 조그만 꽃씨 안에는 꽃과 줄기와 잎이 들어있고, 이 씨앗을 닮은 씨앗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현재속에 미래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씨앗 속에 꽃이 들어 있듯 현재 속에는 미래의 꽃이 아름답게 자라고 있습니다. 씨앗을 땅에 심지 않고 두면 말라 죽는 것처럼 현재의 시간들을 우리마음속에 정성껏 심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꽃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습니다."

 

학생들은 교실옆에 있는 햇볕이 화단에 꽃씨를 심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름을 적힌 표찰을 화단 앞에 세우며 말했다.

"여기서 싹이 나오든 안 나오든, 예쁜 꽃이 피어나든 그렇지 않든 이 씨앗들의 운면은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머지않아 이 화단을 수놓을 꽃들을 통해 여러분이 내일을 배워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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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인내의 시간들의 씨앗을 심는다.

 

조그만 돌멩이들을 골라내는 작업과

그리고 꽃의 영양분을 헤치는풀들을 뽑아내고

추운세상의 바람을 견뎌내다보면

어느순간 눈이 부시고 향기가 출렁이는  꽃밭의 주인이 되리라.

 

 

비올라 화분

 

화원앞에서, 분홍빛 비올라꽃이 햇볕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비올라 화분을 하나 샀다.

교무실로 갔다.

매일매일 물도 주고 햇볕도 쬐어주었다.

보드라운 꽃잎도 어루만져 주었다.

비올라꽃은 보름을 버티지 못하고 동그란 얼굴을 숙여버렸다.

빨리 시들어 버린 꽃이 야속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비올라꽃이 내 사랑을 배반한 것이 아니었다.

적은 햇볕과 담배연기 가득 찬 교무실로 가져오던 날부터,

비올라꽃은 나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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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의 잣대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을 시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때로 거리를 두고 지켜보아야 하리라.

어쩌다 바른 길을 벗어나려 할 그 때

늦지 않게 손을 잡아 이끌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하리라.

 

 

등불

 

경아 엄마는 조그만 분식집을 하고 있습니다.

온종일 음식을 만드느라 엄마는 다리가 많이 아픕니다.

손님에게 내줄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엄마는 서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어린 경아는 식당 한쪽 희미한 불빛 아래 앉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부방은 없지만, 잠을 잘 따뜻한 방 한칸도 없지만

엄마와 경아는 행복합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밝혀줄 등불이 있어서

엄마와 경아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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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그만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가족이 곁에 있어 나는 길을 잃고 헤매지 않는 것이리라.

좁고 험한  인생의 길

그러나 길을 밝혀주는 가족의 환한 등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크리스 마스 선물

 

대학입시를 앞둔 크리스마스날이었습니다.

나연이와 친구는 입시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뻤습니다. 저녁무렵, 미술학원의 수채화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나연이와 친구에게로 다가왔습니다. "크리스마스날인데 놀지도 못하고...자,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뜻밖의 선물에 나연이와 친구는 기뻤습니다. 선물도 좋았지만 선생님의 격려가 더 고마웠습니다. 선생님이 주신 선물은 4B연필 한 타스였습니다. 선물은 예쁜 포장지에 싸여 있엇지만 촉감만으로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나연이와 친구는

"와 연필이다!" 말하고는 포장을 풀지 않은채 계속 그림을 그렸습니다.

시간은 흘러갔고 ,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나연이는 온종일 불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연필이 다 없어졌습니다. 선생님이 주신 선물이 생각났습니다.

선물을 꺼내 포장지를 푸는 순간 나연이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포장지 안에 있던 12자루의 연필들은 동화 속의 뾰족한 성처럼 예쁘고 가지런히 갂여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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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가족에게 부모님에게 친한사이의 모두에게

진주빛 은은한 사람으로 남아야 하리라.

우울한 이 시절에 그들의 얼굴에

잠시라도 3월의 미풍같은 미소를 짓게하는...

 

 

+연탄길 어록+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입김은 추울 때 까장 뜨겁다.

 

나무는 꽃의 어여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우리들의 기억은 희미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지는 기억도 있다. 그기억은 날마다 우리를 깨운다.

 

만날 수 없어도 만나는 얼굴이 있다. 아름다운 것들마다 온통 그의 얼굴이다. 눈물겨운 것들마다 온통 그의 얼굴이다.누구의 가슴에도 하나쯤은, 한낮에도 반짝이는 별빛이 있다.

 

 

 

사랑은 떠나도 사랑의 기억은 그 자리에 남아, 끝끝내 그 사랑을 지켜준다.

 

웃으며 손을 내밀어도 거짓은 사람을 감동 시키지 못한다.

 

세상이 짐승스럽게 변해가도 사랑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어둠속에서도, 불빛속에서도 변하지 않는게 사랑이다. 슬픔과 어깨를 걸고 봄을 기다릴 줄 아는게 사랑이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자는 세월을 견딜 수 있다.

 

 

 

사랑은 언제나 낮고 초라한 곳에 있다. 인간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강물같은 거란다. 흐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강물은 여전히 흘러가거든...."

 

"함께 있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게 사랑이래..."

 

 

 

사람들은 세월을 닮아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살아온 세월을 닮아간다.

 

"사랑은 상대방의 마음이 돼주는 거래, 아프고, 또 아파도 그의 마음이 돼주는 거래..."

 

"사랑은 발이 없대, 그래서 안아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한 발자국도 걸어갈 수 없는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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