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풍경이 있는 편지

다림영 2008. 10. 1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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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의 어느 멋진날에' 를 종일 들었습니다.

오늘은 조금 덥고 에어컨까지 키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한낮이었고 엄마의 친구들이 많이 있었고

저마다 얼굴이 상기되어  부채질을 하며 겉옷을 벗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을날씨가 이렇게 덥기도 하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워서 말입니다. 그래서 더 덥게 느껴지기도 한것인지요.

또 모기는 왜 그렇게 많은지요. 그 극성에 식구들이 모두 울긋 불긋 난리도 아닙니다.

 

어느새 주말의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그 더위는 소리없이 사라졌고 손님들은 모두 떠났고

나는 오롯이 앉아 편지를 씁니다.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잘 모르겠지만 굉장한  변화가 우리에게 올 것 같습니다.

불안한 마음입니다만 나는 내게 체면을 겁니다.

"난 잘 할 수 있어, 난 단단해, 난 복이 참 많지, ..."

이러면서 말입니다. 얘기하자면 길고 그냥 그런일이 있다는 것만 알고 계십시오.

훗!

웃을 일이 전혀 아닙니다만 가슴이 두근거리나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남편에게 큰소리를 칩니다.

그리고는 술에 취한 그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종교는 나예요! 믿고 밀어주세요'

그가 마구 웃었습니다. 그가 크게 웃으니 마음이 짠해 옵니다. 

크게 웃는 사람의 마음은 가난하고 외롭고 아픕니다. 가끔 내가 그렇게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그가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는군요.

내가 무슨얘길 했는지요.

나도 모르는 나의 씩씩하고 용감하고 믿음직 스러운 단단한 얘기와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살게 된것은 모두 남편의 애씀의 결과인 것이라는 ...   

  

 

인터넷 신문을 들여다 보니 도무지 눈을 뜰수가 없습니다.

캄캄한 날들입니다.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그러나 문은 있을 것입니다. 앞문이 막혔다면 뒤로 돌아서거나 사방을 살펴야 하겠지요.

모두들 그 작은 문을 찾기를 기도합니다. 나또한 말입니다.

 

내일의 일들을 앞당겨서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으면 되는 거지요.

 

이 단풍든 담쟁이를 언젠가부터 카메라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담쟁이처럼 가파른 절벽에서도 굳건히 그 높은 곳을 향하여 오를 수 있는 내가 될 것입니다.

기어이 올라갈 것입니다. 오르고 말것입니다.

납처럼 다가올 모든 순간들을

자전거를 타는 그 이른아침시간처럼  가볍고 날렵하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기를

깃털처럼 여길 수 있는 굉장한 내가 되기를 

남편의 종교가 될 수 있기를 

그의 신이 될 것을

기원합니다.

 

이 한장의 사진과 이 음악과 이 글을 읽어주시는 당신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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