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이른아침의 산행

다림영 2008. 10. 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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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

 

6시에 일어나 아이들이 내내 먹을 김밥을 만들어 놓고

우리의 보리밥꺼리를 만들어 산에 올랐다.

7시반에 출발했다.

산속의 주차장엔 차가 딱 한대 놓여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일찍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남편은 거듭나며 나의 의견을 따르고 있다.

그가 꼭 순한 양 같기만 하다.

이제 막 학교를 들어가 선생님 말씀이 최고인줄 아는 아이 같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무서워진다.

어떤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나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한다.

어쨌거나 그와 나는 산행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고 우리는 많이 웃었던 것이다.

 

 

 

처음 그렇게 그와 함께 이른아침 산행을 했다.

산이 막 깨어나는듯 싶었다.

잠시 쉬어갈때마다 바위에 앉아 눈을 감아보았다.

수많은 벌레소리들 바람조차 잠든 그 숲속..

모든 것들이 가슴깊이까지 스며들었다.

남편에게 잠시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해보라 하니 하는듯하더니 일어서고 만다.

한참 그러고 있으면 정말 각별한 기운으로 몸이 출렁일터인데 말이다.

 

 

정상에 올라 신성한 만찬을 차려놓고 막걸리 한잔을 경건히 따르고 우리는 건배를 했다.

몇몇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며 지나쳤다.

어느이는 맨발이었다.

나는 그 기분을 안다. 부러웠다. 그 흙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흔들었을 것이다.

 

 

남편은 나를 역까지 바래다 주어야 했으므로 반잔만을 기울이고   내가 나머지를 다  먹어버렸다.

알딸딸한 기분으로 주저리주저리 떠들며 내려왔다.

한번씩 웃는 그의 웃음소리가 먼저 산을 탔고 빠르게 달음질 해 버렸다.

 

가게문을 열고 진열을 하고도 한참이나 지나야 나는 깨어날 수 있었다.

특별한 날이었다.

어느새 9시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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