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켜온 가장 오랜 기억은 햇빛에 대한 것이다. 넓다란 신작로에 줄지어 선 포플러나무들, 그 나뭇잎들 사이로 부서지던 한낮의 햇빛, 끊어질 듯 말 듯 들려오던 골목길 안의 아이들소리... 그때 나는 세 살쯤이엇던가. 아스라하여 자꾸 도망가려는 그 기억의끝자락을 가까스로 붙들어 세상에 대한 첫 기억으로 남겨 놓았다. 무엇이든 첫 기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더구나 나의 첫 기억은 내 평화로운 시대의 한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나무들과 바람, 아이들 소리, 신작로, 햇빛이 가져다준 밝은 세상, 아무도 세 살짜리 아이의 손을 잡아 끌어주지 않은 그 짧은 순간, 세상에 처음으로 홀로 마주 서 잇던 그 순간부터 햇빛에 대한 나만의 동경은 시작되었다. 일곱살 늦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