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일본의 이쿠스님은 존경받는 선사였다. 내가 일본에서 학교 다닐 때도 이쿠 선사에 대해 논문을 쓰던 선배가 있엇다. 검은 도복을 입고 날선 칼을 멋지게 휘두르던 이 시대 마지막 사무라이 였다. 검을 잘 다루던 그 선배는 내가 졸업하기 전에 죽었다. 폐암이었다. 그의 애인은 누가 말만 걸어도 울었다. 길에서도 울고 연구실에서도 울었다.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요, 어떻게 살아." 모두가 조심조심 하던 사이 그녀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세상보다 더 큰 근심덩어리를 그대로 안고서 떠났다. 이큐 선사가 입적할 때, 제자들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수행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선사는 그런 제자들을 위해 한 통의 편지를 남기며 정말 힘들고 곤란한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