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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수 없으면 위로 할 수도 없다

다림영 2024. 2. 26.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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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시간이라는 바람앞에서 언젠가는 허물어지고 만다.

영원한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쁜 감정이든 슬픈 감정이든 모든 감정은 나름의 유효기간을 지닌다.

 

우리가 타인을 위로할 때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슬픔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사람의 입장에선 "시간이 약이야" "사라지지 않는 감정은 없어요"

 

같은 말을 듣는 순간'좋은 말이지만 내게는 와닿지 않는 것 같아요'라는 표정을 지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시간은 삶의 하류로 흐르지 않고 슬픔이라는 웅덩이에 빗물처럼 고여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슬프메 묶여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란 말에는 잘 기대지 않는 편이다. 그런말이 입밖으로 나오려 하면 도로 삼켜버린다. 너무 쉬운 위로처럼 느껴지는 탓이다.

 

단, 이 말이 단순히 '시간이 문제를 해결할 테니 걱정하마!'라는 뜻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 너는 지금보다 단단해질 테고 그땐 너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나는 믿어'라는 의미로 쓰일 때는 예외인듯한다. 적어도 그런 경우는 적잖은 위로가 된다. 

 

위로란 무엇일까? 절망의 수렁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기 위해선 어떤 방법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해야 할까? 

단언컨대, 슬픔의 방에 홀로 들어가 고개를 파묻은 채 펑펑 울고 있는 사람을 향해 어서 나오라고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행위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느린 노크'로 인기척을 냈는데도 대답이 없으면 문을 벌컥 열어젖히기보다. 스스로 눈물을 소진하고 슬픔을 말릴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야말로 참된 위로가 아닐까.

 

살다보면 무턱대고 다가가기보다 관심과 무관심 사이에 그 어디쯤에서 인내심을 갖고 누군가를 잠잠히 기다려줘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그 사람을 기다릴 수 없으면 위로할 수 없고 위로할 수 없으면 사랑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책 [마음의 주인]-이기주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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