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힘을 빼는 겸손함으로 ㅣ이해인

다림영 2024. 2. 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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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녀원의 미사나 기도 시간에 참석했던 손님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는 인원이 많은데 어찌그리 한목소리로 부드럽고 고운 음을 내느냐는 것이다. "100명도 넘는 이들의 노래나 기도의 목소리강 ㅓ찌 그렇게 한 사람이 하는 것 같은지요? 정말 신기합니다. 방해가 될까봐 우리는 도무지 입을 열수가 없더라고요"라고 한다.

 

세상에 사는 동안 제일 힘든 것중의 하나가 힘을 빼는 일인 것 같다. 최근에는 치과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매번 나도 모르게 몸이 뻣뻣해지니 제발 좀 힘을 빼고 편하게 있으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음반을 내기 위한 시 낭송 작업을 할 때 어느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나래이션 작업을 할 때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정성껏 잘 읽는다고 해도 좀 더 힘을 배고 자연스럽게 하라는 충고를 연출자로부터 여러번 들어야 했다.

 

몇 년 전에 방사선 종양내과에 다니며 수십번의 치료를 받은 일이 있는데 암 환자는 곧장 치료에 들어가지 않고 얼마간 별도의 방에 들어가 방사선을 쏘이는 인체의 부위에 따라 힘을 빼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었다. 난생처름 침대에 엎디어서 힘을 빼는 연습을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힘을 빼라는데 수녀님은 반대로 자꾸 더 힘을 더 주고 계세요. 힘을 빼야만 빛을 잘 쪼일수가 있어요"

매번 이렇게 지적을 당하는 일이 나는 부그럽기만 했다. 그 이후로 방사선을 쪼이는 시간 자체는 길지 않았으나 치료 이전에 힘빼는 일이 잘되기 위해 긴장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나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기사들은 자주 농담도 하고 기대이상의 친절을 베풀어주어 치료 마지막 날에는 맛있는 참쌀떡을 진료실 모든 이가 먹도록 준비해 간 즐거운 추억도 있다. 

 

눈을 들어 나날이 키가 크는 나무들을 올려다 본다. 바람 속에 미소를 날리는 초여름의 꽃들을 바라본다. 저들은 어찌 그리 부드럽고 유연한지! 모진 비바람을 견뎌내고도 어찌 그리 아름다울 수 있는지!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육체적 정신적 힘을 저절로 다 빼게 되는데 아직 살아 잇는 동안은 마음먹고 연습을 해야만 될 만큼 힘을 빼는 겸손이 쉽질 않은가 보다.

 

여름이 되면 너도 나도 어디론가 떠나는 휴가 계획을 세운다. 휴가는 잘 쉬고 나서 다시 일상의 자리롣 ㅗㄹ아가 더 성실하게 더 감사하게 더 기쁘게 살기 위한 충전의 시간을 갖는 일일 것이다. 

휴가동안에 우리는 너무 바쁘게 경직되게 힘주고 살던 시간을 찬찬히 돌아보며 조금씩 힘을 배는 연습을 해야 하리라.

 

첫 서원 49주년을 맞는 뜻 깊은 올해 나도 동기수녀들과 아름답고 정겨운 휴가계획을 세워볼까한다. 첫 서원을 열네명이 했고 종신서원은 열한 명이 했으니 그래도 다른 팀에 비교하면 수가 많은편이다.

 

열한 명중 어딘가 몸이 병들지 않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을만큼 이제는 병원출입도 잦고 팔팔하던 젊은 날에 비교하면 볼품없이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잇지만 그런 모습이 내겐 더 존경스럽고 아름다워 보인다.

 

젊은 날 힘이 넘쳐 별것도 아닌 일에 종종 다투고 마찰을 빚기도 했던 우리지만 지금은 그냥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이심전심의 동료이며 애인들이다. 

오늘도 힘을 빼는 겸손을 잘 실습하는 지혜를구하며 내가 만든 이 기도문을 외워본다. 

 

주님 오늘 하루도 제감 힘을 빼는 겸손으로

기쁜하루가 되게 해주소서.

힘을 빼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움을 날마다 새롭게 경험하기에

제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누구보다 먼저 사랑하고 배려하는 일에만 힘을 쓰고 

그외에는 힘을 빼게 해 주소서

교만에서 겸손으로 고집에서 온유로, 이기심에서 이타심으로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잇도록 도움의 은총 베풀어주소서 

제가 살아 잇는 동안 이 연습을 잘해서

어느 날 온전한 봉헌자로 지복의 나라에 

도달할 수 잇는 행복을 허락해주소서.

아멘 .

 

책 [기다리는 행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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