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바보처럼 웃으리

다림영 2015. 1. 1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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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봐도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봐도 들길 가는 사람 구멍가게 앞 빈 의자 봐도 들길 위에 서 있는 사람 봐도 웃으리 웃으리 바보처럼 웃으리 바다 봐도 바다에 떠있는 기선 봐도 바다 아래 물길 가는 고기들 봐도 돌멩이 돌멩이 앞 물고기들 봐도 돌멩이 위에 서 있는 사람 봐도 웃으리 웃으리 바보처럼 웃으리

이승훈(1942~)

 

잡아맨 끈이나 줄이 늘어져 헐거워지는 것처럼 우리도 좀 느슨해져도 좋다. 너무 팽팽한 줄은 끊어지고 말 것이므로 주면 주는 대로 받으니 좋다.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좋다.

만나면 모두 다 참 반갑다. 높게 툭 트여 있는 곳도 좋고, 외롭고 쓸쓸한 곳도 좋다. 수월하게 멀리 가는 때도 좋고, 무엇이 내 앞을 가리거나 막아서는 때도 좋다. 밝은 곳도, 어둑어둑한 곳도, 위도 아래도 다 좋다. 어떤 때나 어떤 형편에 이르더라도 다 좋다. 그저 한결같이 웃을 뿐이다.

올해는 많이 웃고 살았으면 좋겠다. 두툼하다고 생각하며, 풍부하다고 생각하며, 차고도 남음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음을 흘리면서. 문태준 시인-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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