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경우에 따라서는 악惡이나 사邪와도 친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융통성을 가지고 선과 악을 제대로 쓰고 행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이익이 달려 있을 때는 선함만을 추구하지 말고 악함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좋은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좋은 것’만을 주장하다가는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들고 만다. 자신의 모든 활동에서 선을 실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선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파멸을 한다. 진정으로 지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선하지 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배운 뒤, 필요에 따라서 그 같은 행동을 취하거나 취하지 않아야 한다.p114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타인의 재산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재산의 상실을 좀처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p140 평온한 시기에 상황의 변수를 생각하지 않고, 맑은 날에 폭풍우를 대비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공통된 사항이다. p256 지혜로운 사람이든 어리석은 사람이든 인생에서 취하고 버려야 하는 것을 만난다. 욕심을 버리고 편히 살면 우리는 비로소 다가오는 길흉화복을 예측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욕심을 버리고 편히 살면 사치스러운 물건에 마음을 빼앗기면 반드시 혼란이 찾아온다.p349 ‘신 포도’와 ‘달콤한 레몬’이론 ‘신 포도 이론’은 여우가 포도를 발견했는데 너무 높은 나무에 달려 있어 포도를 따먹지 못하자 ‘저런 신 포도는 필요 없어’라고 생각함으로써 자신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는 현상이다. ‘달콤한 레몬 이론’ 은 ‘아무리 신 레몬이어도 자기 레몬은 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처음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나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며 합리화시킴으로써 만족을 얻는다. 신 포도 이론이 대상에 대해 부정적인 합리화라면 달콤한 레몬 이론은 긍정적인 합리화이다. 이는 지나치면 자기합리화의 늪에 빠지지만 질투로 자신을 제어할 수 없을 때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p359 노자는 “천하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천하에서 가장 견고한 것을 부린다”고 했다. 덕은 유약해 보이지만 부드럽고 그리하여 강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노자가 들었던 것은 물이다. 물의 거친 기세는 산을 허물고 길을 열고 바다로 간다. 덕 역시 부드러움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다. <채근담 >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 “부귀와 명예가 도덕에서 온것이면 숲속의 꽃과 같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공업()에서 온 것이면 화분 속의 꽃과 같이 이리저리 옮겨지는 흥망이 뒤따른다. 그러나 그것이 만약 권력에서 온 것이라면 꽃병 속의 꽃처럼 뿌리가 없기 때문에 시드는 모습을 이내 기다려야 할 것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오래가듯 부귀와 영화는 올바른 방법으로 얻어야 오래갈 수 있다. 만일 부정한 방법으로 얻었다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p429 역사 속 이야기 필요가 욕망을 부른다 어느 수도승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깊은 산속에 들어갔다. 수도승은 자연과 더불어 살며 진리에 대해 사색하며 매일 도를 닦고 기쁨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오래된 친구가 찾아와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친구가 돌아간 뒤 수도승은 책을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 책을 펼치다깜짝 놀라고 말았다. 쥐들이 책을 갉아먹어 한쪽이 움푹 패여 있었던 것이다. 모처럼 친구에게 받은 선물이 엉망이 되자 수도승은 화가 났다. 하지만 살생을 할 수는 없어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고양이를 먹일 우유가 필요했다. 수도승은 큰 마음을 먹고 암소를 사기로 하고 곧 마을로 내려가 암소를 사 왔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고양이와 암소를 돌보다 보니 너무 바빠서 수도에 정진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고민에 빠진 수도승은 고심을 하다 여자를 구하기로 결심했다. 수도승은 숲속에서 3년을 지내는 동안 아내와 두 아기를 거느린 가장이 되어 있었고, 고양이와 암소등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늘어나 있엇다. 많은 것들을 갖추었지만 근심과 걱정이 늘어났다. 그는 종종 혼자 살때가 그리웠지만 바빠지면 그마저도 잊었다. 어느 날 그는 지난날의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산속에 돌아왔지만 속세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달라진 이유에 대해 그는 고민했고 친구가 가져다 준 한 권의 책에서 모든 게 시작됐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욕망은 처음에는 사소한 필요로 시작한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만족하지 못하면 새로운 필요와 욕망이 늘어난다. 자신이 감당 할 수 없는 범위까지 욕망을 늘리면 삶이 피곤해질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이 필요해도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인생이라는 배에 너무 많은 짐을 실으면 결국 가라앉기 마련이다.p439 한비자는 <설림 하>에서 전국시대 유명한 조각가 환혁의 말을 인용했다. “조각을 할 때는 우선 코를 크게 만들어야 하고 눈은 좀 작게 만들어야 한다. 코를 크게 하는 이유는 언제든지 깎아서 작게 수정할 수 있지만 작은 코를 크게 만들 수 없기 대문이며 눈을 작게 하는 이유는 도려내어 크게 수정하면 되지만 나중에 작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도 여유를 두어야 나중에 수정할 수 있다. 빽빽하게 쉴 틈없이 일하기보다 다음을 생각하면서 여유를 남겨 두어야 하는 법이다. 어떤 일을 하든 능력이나 정해진 조건을 넘어서면 안 된다.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고 사업이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어도 방심하거나 자만해서는 안된다. 이성은 늘 깨어 있어야 하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유를 남겨 두어야 한다. 막다른 골목까지 몰고 가거나 무리를 해서는 안 되며 만회할 길 역시 있어야 한다. 살다보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지 않고 여지를 남겨 두지 않는 것은 적은 기름으로 장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멈추게 될 것이다. 사람을 상대할 때도 이와 같아야 한다. 부하를 혼내거나 칭찬할 때 정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 칭찬이 지나치면 자만하여 노력하지 않고 꾸중이 지나치면 의욕이 꺾인다. 칭찬을 들은 상대가 과신하지 않게 긴장을 주고 꾸중을 들은 상대에게도 만회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해야 대화는 부드러워지고 조직은 빠르게 성과를 내고 이상적인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대화에도 여백을 남겨 놓아야 경직되지 않으며 친밀한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친분이 막역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면 예의를 잃고 친분을 잃는다. 여유는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하고 업무를 할 때 완충 작용과 추진작용을 한다. 인간관계, 업무, 조직 관계에는 이러한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가 있어야 진퇴가 수월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쳐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할 때, 일에 있어서든 대인관계에 있어서든 여지를 남겨 놓는 생활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p496 정나라에 신발을 사려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발의 치수를 끈으로 재서 의자에 매어 두었다. 그런데 장에 가기 위해 나서면서 끈을 잊고 갔다. 그가 신발을 골라서 크기를 재려고 하자 끈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그는 끈을 갖고 오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갔다. 끈을 가지고 다시 왔을 때 장은 이미 끝나 있었다. 결국 신발을 사지 못하자 사람들이 말했다. “자네가 직접 신으면 될 것 아닌가?” 그러자 정나라 사람이 고집스럽게 말했다. “나는 정확한 치수만 믿지 내 발은 안 믿는다네.”p516 ---
‘신 포도이론’과 ‘달콤한 레몬이론’...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의 이야기 같다.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격하시키고 초라하게 내 옆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크게 포장을 하고 꾸미며 스스로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 합리화를 시키는 것... 그것은 충분히 위안이 된다고 보았다. 그렇게 살다보니 이제는 밖에 있는 모든 것들은 별스럽게 스며들지 않는다. 한 발 더 나아가 때로는 무심으로 바라보는 경지에 발을 디디고 평화로워 질 수도 있다.
십 칠년이나 된 자동차를 끌 수 없게 되었다. 때마다 수리비가 들어 버리기로 다짐을 하고 이 십년이상이나 부었던 보험을 손해를 보며 해약하고 차를 샀다. 사실 없어도 되지만 어머님도 계시고 이런저런 사소한 일에 차가 필요함을 얘기하는 남편의 뜻을 존중해 주기로 한 것이다. 첫째는 담배도 끊고 마음자세도 많이 달라진 그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에게 그나마 차가 없다면 하는 생각을 하니 내 생각만 고집하며 자를 수는 없었다.
오늘은 가족들의 점심을 김밥으로 해 놓느라 출근시간이 조금 늦었다. 비도오고 해서 역까지 차를 얻어 탔는데 우리부부는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부자가 된 것 같아’...
작은 차 바로 위의 차임에도 우리는 굉장한 부자가 된 듯 차를 타게 될 때마다 웃으며 이 말을 같이 하고 있다. 마음을 바꾸니 만사가 좋게 보이기 시작했는데 누구보다도 부자인 듯 느껴지고 남편의 일도 아이의 일도 어디에 내세울만한 일은 아니어도 순조로운 항해의 돛을 달게 되니 마음은 더욱 순해졌다.
비가 그치고 나면 찬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겨울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면 추운 일들이 생겨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마음 넉넉하고 그 한가운데 평온의 흰 깃발을 꽂으니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젠 꼭 어떤 합리화를 시킨다기보다 그냥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듯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 여길 수 있다. 순간마다 작은 기쁨으로 오늘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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