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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역*/이애경-
호남선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천원역과 만나네
노령역 지나 송정리역 다음 나주역에서 내려야 하지만
나는 천원역에서 슬쩍 내리고 싶네
천 원짜리 지폐는 애들도 시큰둥 한다는데
차창 밖 들녘은 천 원이면 뭐든 살 수 있다고
나풀나풀 유혹하고
뻥튀기처럼 부푼 행복이 숨어있을 것 같기도 한
가난한 나는 그만 이 역에서 내리고 싶네
천 원짜리 밭뙈기나 부쳐 먹고
들녘 하늘에 매달린 노을이나 아침 햇살 주워 먹으며
저 자라는 청보리처럼 살고 싶네
바람을 지집 삼아 옆구리에 끼고
덤으로 준다는 별빛이며 달빛이며를
평생 이웃하며 희희낙락 살고 싶네
나부끼는 바람과 한바탕 몸을 섞고 나면
내 몸도 그만 투명한 날개 한 쌍 달지 않겠나 싶은 게
뚝뚝 번지는 석양 아래 고단한 날개를 접고
긴 잠에 들면
내 생 언저리가 더 없이 부드럽겠다 싶은 게
자꾸만 입 안 가득 초록물이 도는 것이네
*호남선 간이역
출처 : 詩 동행
글쓴이 : yangg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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